비슷한 서사, 이질적 괴수, 압도적 액션의 '글래디에이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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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글래디에이터 22000년에 개봉한 <글래디에이터>는 리들리 스캇 감독의 역작이었다. 이미 <블레이드 러너>와 <에일리언> 시리즈 같은 대작들로 이름을 알린 그였지만 스캇은 무려 4억5500만달러(제작비 약 1억달러)를 벌어들인 이 작품으로 다시금 상업영화의 거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글래디에이터>는 2000년도에 개봉한 작품 중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했고, 세계 각지에서도 이른바 ‘막시무스’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흥행을 넘어선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년이 흐른 시점. 로마는 현재 쌍둥이 황제 ‘게타’와 ‘카라칼라’의 폭압 아래 식민지를 늘려 배를 불리려는 탐욕만 남은 지옥이다. 그들은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을 앞세워 누미디아를 점령하고자 한다.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에 왕위 다툼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위배 당한 막시무스의 아들, ‘루시우스’는 아내 아리샷과 함께 누미디아의 병사로 살아가고 있었고, 이들은 로마의 침략에 맞서 싸우게 된다. 루시우스는 전쟁 중 아내를 잃고 누미디아는 패전하여 그 결과로, 노예로 팔려 가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는 아버지 막시무스가 그랬듯, ‘글래디에이터’가 되어 로마의 콜로세움으로 귀환하게 된다.
이번 속편 제작의 상당한 노력이 이 전투 장면들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콜로세움에 물을 채우고 배를 띄워 치르는 해상전은 단연코 영화의 메이저 스펙터클 중 하나다.
<글래디에이터>의 중심인물들, 즉 막시무스와 루시우스는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인물임에도 이 외의 인물들과 사건은 철저히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리얼리즘에 기대고 있는 시대극에서 기술적으로 탄생한 괴수는 이질적이다.
이렇게 증가한 전투 장면들, 그리고 스펙터클의 요소는 상대적으로 이야기의 부실함을 초래했거나 혹은 부실한 이야기의 대안적인 결과물로 보인다. 가령, 영화는 루시우스의 과거를 설명하지 않는다. 왕위를 계승 받을 루시우스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될 것이 두려운 어머니가 어린 그를 어딘가로 보내 버리는 짧은 시퀀스 이외에 그가 어떻게 누미디아에 정착했으며 그곳의 병사가 되었는지는 과감히 생략된다.
또한 이후 그가 노예로 팔려 가고 나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같은 과정을 겪은 전편의 막시무스 서사와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속편은 주인공만 바뀐 전편의 이야기, 그리고 전편과 비슷하지만, 스케일과 기술적인 진보로 더 비대해진 전투 장면들만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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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