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서학개미…원화 '대외 안전판'
입력
수정
지면A1
순대외금융자산 1조弗 '최대'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인 1조달러에 육박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도 기관 및 개인의 해외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장은 달러 수요 증가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대외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달러였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 2분기 말(8585억달러)보다 1194억달러가량 늘어났다. 증가폭은 2021년 3분기(1212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 등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인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달러로 역대 처음 2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해외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19일 1주일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6억2296만달러에 달했다. 1주일 전(6∼12일) 순매수 금액 5억1590만달러와 비교해 20.8% 증가했다.
해외투자 늘린 정부…'환율 급등 = 외환위기' 공식 깼다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흑자 전환(809억달러)한 뒤 국내 기관투자가 및 개인의 해외 투자 열풍에 힘입어 10년 만에 12배가량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공무원·사학연금 등 3대 공적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투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2019년 34.9%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55.1%로 높아졌다. 서학개미 투자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다만 외환당국은 지금처럼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 대비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선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비중을 2028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대규모 국내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다만 1조달러에 육박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 견고한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많은 대외부채 탓에 원·달러 환율 급등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직전 해인 1996년 단기외채 비율은 211.4%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외채비율은 37.8%에 불과하다.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4154억달러로, 1996년(332억달러) 대비 12배가 넘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12억달러) 때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돌더라도 외화 건전성이나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