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인데 왜 이러나"…개미들 분통 터졌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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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과 반대로 가는 HMM, PBR '꼴찌' 수준3
자사주 매입에 3조 쓴 日 3대 해운사가 HMM 역전
"주주환원 나몰라라".."HMM 배당성향 종잡을 수 없어"
HMM 매각 소극적인 해수부·해진공도 원인
"현금성자산 16조원으로 CB 인수해야" 지적
HMM이 전 세계 주요 해운사 가운데 주가가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게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일 종가 기준 HMM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로 세계 10대 해운사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HMM을 상장폐지해 자산을 나누는 것이 이익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의 경쟁사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2022년 상반기만 해도 일본의 3대 해운사(니혼유센, 미쓰이OSK, 가와사키기센)의 PBR은 0.4배 안팎으로 HMM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PBR은 0.75~0.95배에 이릅니다. 밸류업 정책 이후 주가가 2~3배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해운업황 호조로 HMM의 2024년 순이익은 3조6399억원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올해 순익도 1조6011억원으로 2년 연속 조(兆) 단위 이익이 기대됩니다.
PBR을 올리려면 분모인 자산을 줄이고 분자인 주가를 올려야 합니다. HMM은 반대로 분모인 자산만 늘리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분자를 올리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은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덕분에 HMM의 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은 1500억원대의 배당을 받아갔습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순익이 급증하는 2024년은 또다시 2022년처럼 배당성향을 줄일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HMM의 적자가 가장 심했을 때조차 결손금은 4조9000억원이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유동자산을 16조원씩이나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대주주이고, 보유현금도 사상 최대여서 가장 앞장서 밸류업을 시행해야 할 회사가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HMM은 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지 않느냐'는 해외투자가들의 문의가 많다"며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전환사채(CB) 전량을 사들여 PBR을 높이고, 대주주 지분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HMM은 조만간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효 기자 hugh@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