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김 값은 고공행진하는데…안팔린 물김은 1200t 버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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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김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 일부 지역은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되는 물김이 위판량의 10%에 가깝다. 과잉 생산된 물김이 버려지는 지역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위판액 1위 진도군 수협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폐기량이 1010t으로 위판량(1만2564t)의 8%에 이른다.
고흥군과 해남군에서도 며칠 전부터 물김이 폐기되기 시작했다. 고흥에서는 49t이 폐기됐으며 해남에서는 167t이 버려졌다. 고흥군에서는 홀짝제로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전국 수협의 물김 위판 중량은 지난 1∼15일 보름간 7만9336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하지만 ㎏당 위판 금액은 874원으로 작년 동기(1604원) 대비 45% 하락했다. 전체 위판 금액은 6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0억원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 11∼15일만 놓고 보면 ㎏당 위판 금액은 635원에 불과하다.
참김(일반김)이 본격적으로 출하된 지난달에도 물김 생산량이 작년 동기 대비 많았지만, 이달 들어 생산 과잉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 양식 어민들은 물김 가격 하락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어민은 "작년에는 1월에 물김이 귀해 한 망에 20만원대까지 갔는데 올해는 4만∼5만원밖에 안 된다"면서 "생산량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가격이 터무니 없이 떨어져 생산비도 못 건진다"고 하소연했다.
물김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놓고 양식 어민들은 가공업체가 지나친 이윤을 남기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2025년산 김 생산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작황이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시설량이 증가했으며 수온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작황이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단위 시설당(1책당)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었다.
양식 어민들은 해수부가 지난해 '김값이 금값'이라는 지적에 밥상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양식 면적을 늘린 것도 생산 과잉의 이유라고 지적한다. 해수부는 축구장 3800개에 해당하는 신규 양식장 2700㏊(헥타르·1㏊는 1만㎡)를 허가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4월 김 수급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채소·과일처럼 계약재배로 김 수급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계약재배를 도입하지 않았다. 불법 양식 물량도 늘어났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마른김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3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1562원이다. 한 장에 150원을 돌파한 것이다.마른김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 10장에 1054원으로, 한 장에 100원꼴이었다. 1년 사이 가격이 48% 올라 장당 50원 비싸진 셈이다. 김 소매가격은 1개월 전 1300원대에서 꾸준히 높아졌다. 지난 3일 1429원에서 일주일 만에 130원 넘게 상승했다. 지난 9일 1528원으로 1500원대를 넘었고 하루 만에 34원이 더 올랐다.
일각에선 원료인 물김 공급이 크게 늘면서 조만간 마른김 가격 역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