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남양유업…‘ESG 성과·실적’ 모두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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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남양유업의 ESG 경영 성과와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과거 '갑질·횡령' 등 오너리스크 논란을 딛고, 사회 부문 ESG 등급이 최상위권에 올랐다. 수익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한앤컴퍼니의 전략이 적중한 모습이다.[한경ESG] ESG Now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ESG 경영위원회는 대표 집행임원 중심으로 생산, 마케팅, 재경, 준법 등 총 9개 부서가 참여하는 전사적 의사결정 기구로 친환경경영과 사회공헌 활동 강화에 힘쓰고 있다.활도
그 결과 환경 부문에서 2023년 대비 한 단계 상승한 A를 획득할 수 있었다. 남양유업은 탄소배출 저감 활동 강화와 친환경 포장 도입 및 확대, 신재생 보일러 도입 등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 시행 같은 환경경영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 부문 A+ 최초 획득...사회공헌·직원 복지 향상 ‘우수’
사회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상승한 A+ 등급을 최초로 획득했다. 한국ESG기준원은 S부터 D까지 7단계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A+ 등급은 S 다음 등급이다. 기준원은 매우 우수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에 A+ 등급을 부여한다. 2024년 정기 평가에서는 사회 부문 S 등급을 받은 기업이 없어 최상위 평가를 받은 셈이다.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확대와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 지속적인 직원 복지 향상 등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양유업은 소수의 소아 뇌전증 환아를 위해 세계 최초로 특수 분유 ‘케토니아’를 개발하고, 23년간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이 외에 희귀질환을 앓는 아동을 위해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도 생산하고 있다. 올해 특수 분유 생산 4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은 앞으로도 40년간 축적해온 연구와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 성분을 강화하고 뇌전증 인식개선의 날(퍼플데이)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액면분할 등을 추진했으며 준법윤리 경영 강화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도입과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약 201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할 주식은 남양유업이 지난해 6∼12월 매입한 36만500주다.
갑질·횡령 등 수차례 논란을 불러 모은 홍원식 전 회장이 물러나고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경영 체제로 바뀐 지 6개월 만이다. 다만 매출은 경기 위축과 저출산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2426억8500만 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이 분기 기준 영업손익과 순손익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이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수익도 개선
남양유업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후 수익성 강화 중심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신규 이사회 출범 이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일부 외식 사업 등 부진 사업 및 제품을 정리했다. 사업구조 재편뿐 아니라 원가 및 비용 절감 등 쇄신 작업도 추진했다.
이 외에도 남양유업은 사회 부문 ESG 경영 현안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올해 첫 행보로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합동 순회 점검’을 실시했다. ESG 경영의 핵심 요소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다.
순회 점검은 지난 1월 9일 나주공장에서 시작했는데, 본사 안전보건관리팀과 각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가 참여해 생산, 물류, 폐수처리장 등 주요 작업 현장의 위험 요소를 조사했다. 남양유업은 본사, 공장, 지점 등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런 노력으로 남양유업은 지난해 10월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45001’ 인증을 획득했다. 사업장의 위험을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전국 대리점과 지역사회 안전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전국 대리점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과 안전 보호구를 지원하고 있다. 나주·세종 등 각 공장은 지역 소방서와 협력해 소화기 사용법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은 기업의 기본 책임이며, 이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며 “앞으로도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지속가능경영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회장 구속 등은 지배구조 불안 요소로 평가
한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의 지배구조 부문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남양유업은 60년 오너 체제를 끝내고, 지난해 1월 말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됐다. 그해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이사회가 구성돼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정기 평가에서 남양유업 지배구조 부문에 C 등급을 부여했다. 후즈굿 등 ESG 리스크 평가기관은 남양유업과 결별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구속기소 등이 남양유업의 지배구조 부문 등급 하락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4년 12월 16일 검찰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홍 전 회장은 친인척의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관 업체를 끼워 넣거나 남양유업 법인 소유의 고급 별장, 차량 등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217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았다. 또 남양유업의 거래업체 4곳으로부터 리베이트 43억 원을 수수하고 사촌동생을 납품업체에 취업시켜 급여 6억 원을 받게 한 혐의도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24년 경영권 변경 이후 ESG 전 부문에서 균형 잡힌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