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험 상품 선택권 확대

보험료 싸고 신뢰도 높지만
선택지 적어 외면받던 방카
생보 33%·손보 75%까지 허용

보험계약 대출에 우대금리 도입

은행 등 금융회사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에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까지 제한한 규제가 19년 만에 완화된다. 금융소비자의 보험 상품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고금리 보험 상품 계약자와 고령자는 하반기부터 보험계약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방카 상품 확대는 ‘아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 및 보험사 등이 참석한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보험산업 현안 과제를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25%인 판매 비중 규제 비율을 일차적으로 생명보험은 33%, 손해보험은 50~75%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2개사 중 18개사가 참여 중인 생명보험은 규제 비율을 소폭 완화한다. 다만 국민은행이 KB라이프 상품을 파는 경우와 같은 계열사 상품 판매는 ‘25% 룰’을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이 위축된 손해보험(19개사 중 3개사 참여)은 규제를 대폭 풀어준다. 참여 보험사가 4개 이상이면 50%, 3개 미만이면 75%까지 판매를 가능하게 해준다. 계열 금융사 판매도 33% 또는 50%로 현행보다 확대한다.

판매 비중 규제 비율은 보험업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행령 개정보다 혁신금융서비스의 특례를 활용해 올해 규제 비율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후 효과와 보험사 재무 영향 등을 점검해 향후 세부적인 비중을 결정할 예정이다.

방카슈랑스 제도는 2003년 도입됐다. 보험모집인(설계사) 등 다른 채널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고 불완전판매 비율도 낮지만, 각종 규제와 보험업계의 반발로 정체 상태에 빠졌다. 판매 비중 규제는 2005년 50%에서 25%로 강화된 이후 19년째 유지돼 왔다.

방카슈랑스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사실상 저축성보험으로 제한돼 있다. 종신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 주력 상품은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계의 반발 때문에 여전히 막혀 있다. 당국도 상품 확대는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판매 비중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방카슈랑스를 취급하는 금융사의 의무가 일반 보험대리점 수준으로 강화된다. 은행 등 방카슈랑스 판매 대리점은 제휴 보험사별 판매 비중을 월별 공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의 제휴 요청을 거절하거나 차별하지 못한다. 보험모집 시 모든 제휴 보험사 목록을 제공해야 하며, 특정 상품 권유 시 추천 사유를 설명하고 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도 별도로 안내해야 한다.

고금리 보험 대출 이자 감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자주 이용하는 보험계약대출에 최초로 우대금리 체계가 도입된다.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에도 적용된다. 보험계약대출은 이미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금을 미리 지급하는 성격의 대출이어서 위험도가 낮은 대출인데도 금리가 부당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입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상품 구조상 고금리 시기의 가입자가 저금리 상황에 더 불리해지는 측면도 있다.

보험사들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연 6%를 초과하는 고금리 보험상품 계약자, 60세 이상 고령자, 비대면 온라인 채널 이용자 등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우대금리가 0.1~0.4%포인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0.1%포인트 인하 시 연 331억6000만원의 이자 감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협회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보험회사별 세부 운영 기준 마련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부터 우대금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