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몰랐어도 배상책임"…국민연금도 주주대표소송 나설까 [광장의 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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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손배소 전방위 확대
내부통제 미비 땐 면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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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면책사유 엄격화
최근 대법원은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대표이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즉시 시정조치하지 못했다면, 이는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업무 감시·감독 의무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 판시했다.
과거에는 대표이사가 담합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인지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으면 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무자급에서 이뤄진 담합에 대해선 감시의무 위반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내부통제시스템은 회계 부정 방지에 국한되지 않고, 회사가 준수해야 할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관리하고 위반 시 즉시 시정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1.11.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입증책임이 전환됐다고 본다. 대표이사가 구체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 운영 실태를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손해배상 범위 확대
배상 범위도 확대 추세다. 지금까진 과징금과 벌금 규모만 손해액으로 인정됐으나, 최근엔 입찰참가자격 제한으로 인한 영업손실까지 포함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심사 대응과정, 형사절차 대응, 추가 제재처분 관련 법률비용도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 시 ▲사업 내용과 성격 ▲임무 위반 경위 ▲손해 발생·확대 관련 객관적 사정 ▲회사 공헌도 ▲개인 이득 여부 ▲조직체계·위험관리체제 구축 상태 등을 종합 고려해 조정한다.
다만 "대표이사의 위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배상액을 지나치게 감경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향후 배상책임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아직 국민연금이 담합 관련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제기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 변화와 주주보호 움직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이사의 책임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형식적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넘어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체계 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