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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좋은 사람들과 '타펠무지크'를 듣는 즐거움

귀족의 향유물이던 '식탁 음악'을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즐겨보자

지중배 지휘자
딸아이가 두 돌 정도 지났을 때였나, 요리할 때 곧잘 옆에서 같이하곤 했다. 일종의 ‘조기 교육’이랄까. 달걀을 휘적휘적 저어주고 양송이를 썰어주기도 했다. 만 네 살이 조금 넘은 아이는 이제 조금 더 능숙한 주방 보조가 됐다. 아이는 나를 닮아 돈가스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빠가 만든 돈가스’를 좋아한다.

“오늘은 어떤 돈가스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주문도 한다. 얇은 거!(독일식 슈니첼), 두꺼운 거!(일식 돈가스)라고 스타일을 알려준다. 식사할 때면 다른 추가 주문이 들어온다. “아빠! 음악도 틀어야지.”

내가 일할 때 하는 음악이라면 분명 클래식일 것이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 아이와 음악을 잔잔히 틀어놓고 우리가 만든 돈가스를 먹는 순간 생각이 났다. 어딘가에 숨어 있던 정말 어릴 적 기억이다. 어린 나를 설레게 한 행복한 기억의 그림, 날씨 좋은 어느 날 아빠 엄마와 손잡고 경양식집에 나들이를 가는 내 모습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경양식집. 경양식집에 가야 접할 수 있던 돈가스는 어릴 때 우리 집의 주요 외식 음식이었다. 따끈하게 데워진 모닝롤과 하얀 수프에 이어 나온 커다란 접시에는 데미글라스가 뿌려져 보기만 해도 바삭하고 맛깔나는 돈가스와 마카로니 샐러드, 채 썬 양배추, 흰쌀밥이 동글동글하고 큼지막한 고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종업원도 호텔에서 일하는 것처럼 흰색 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내가 신데렐라에 나오는 서양 왕실에 초대받은 동화책 속 등장인물로 느껴졌다.

잘 생각해보면 당시 돈가스를 먹던 경양식집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동화책 속 왕실 파티 장면에서도 꼭 그것을 위한 그림이 있었다.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로 들리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그때는 버스와 식당에서 대부분 주인장이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곤 했는데, 유독 경양식집에서는 전축에서 클래식 음악이 나왔다. 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클래식은 돈가스를 매우 기분 좋은 상태로 ‘식탁(table)’에 앉아 즐기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음악이었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사하면서 음악을 즐겼다. 특히 18세기 유럽 왕실 및 귀족은 잦은 연회와 성대한 식사 자리에서 악단을 동원해 라이브 연주를 즐겼다. 바흐, 헨델과 동시대에 활동한 (당시엔 그들보다 더 유명한) 텔레만(1681~1767)은 이런 식사 자리를 위한 ‘타펠무지크(tafelmusik)’, 직역하면 ‘식탁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실내악단을 위한 작품을 남겼다.

후기 바로크를 빛낸 음악가로 평가받는 텔레만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작품은 듣기에 부담이 없고 간결해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바흐 생존 당시 라이프치히시에서 실시한 작곡가 인기 투표에서 텔레만은 헨델, 바흐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텔레만이 타펠무지크 작품집을 발표했을 때 귀족과 왕족에게 인기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잠시 돈가스로 돌아가서, 돈가스의 시작은 커틀릿(kotelett)으로, 주로 서유럽 귀족이 먹던 음식이다. 이제는 각각의 문화권에서 다양한 모습과 이름으로 즐긴다. 귀족의 식탁에서 모두의 식탁으로 옮겨온 커틀릿처럼 귀족의 향유물인 식탁 음악도 우리에게 왔다. 가족,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우리만의 식탁 음악을 즐겨보면 어떨까. 결국 삶이란 영화 ‘카모메 식당’의 명대사처럼 좋아하는 걸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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