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對美 수출 10% 감소…글로벌 확전 땐 448억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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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총성 울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 중국에 추가 관세 10%를 매기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액이 10% 넘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내 대기업이 멕시코를 주요 우회 수출로로 삼아 왔고, 중국에 석유화학제품 등 중간재를 수출해 온 만큼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보편관세를 물리는 등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되면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관세 폭탄'…한국 수출 영향 시뮬레이션 해보니
13개품목 64억弗 넘게 감소
작년 대미 수출액 10% 늘었지만
증가분 고스란히 반납해야
車 13%, 기계 12%, 전자 9%↓
중간재로 활용되는 한국 제품
보편관세 현실화 땐 타격 더 커
韓 경쟁력 높은 산업일수록 타격 커
2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산업연구원 ‘미국 보편관세 부과 시나리오별 한국의 대미 수출 영향’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 중국 등 주요국에 10% 관세를 매기면 미국의 한국산 수입이 10.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산업연구원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공개한 2021~2023년 수입 통계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 감소액을 분석했다. 미국은 이 기간 13개 주요 품목에 걸쳐 연평균 652억3000만달러어치 한국산 제품을 수입했다. 이 중 64억4000만달러 정도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023년 대비 10.5% 증가한 1277억9100만달러다. 미국 ITC는 적재비용과 물류비 등을 제외한 순수 물건 가치로 수입액을 잡아 국내 수출 통계와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10.2% 감소’가 현실화하면 무역협회 통계 기준으로는 대미 수출액이 약 130억3400만달러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대미 수출 증가분에 육박한다.
이 분석은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미국이 보편관세 10%를 부과한다는 가정이 반영됐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정명령과 차이가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수출액이 13.6%로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기계류 11.8%, 전기·전자 제품 8.8%, 반도체 5.9% 등 순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산업일수록 관세장벽으로 미국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정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확전 땐 최대 62조원 수출 감소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보편관세가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한국에도 20%까지 매겨지고, 중국 및 유럽연합(EU) 등도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이 입는 타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글로벌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미국 수출액이 최대 304억달러 감소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약 61조815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 한국의 총수출액은 6322억달러 규모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국 관세는 10%에서 시작해 미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최대 60%까지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중국에 대한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미국의 ‘20% 보편관세’ 시나리오에서 관세를 부과받는 다른 나라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산 중간재 수입액이 116억달러 감소하고, 상대국의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로 또다시 한국산 중간재 수입액이 2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당장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예고해 미국 농업 및 수입업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훈/하지은 기자 daepu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