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당해도 51.3% "참았다"
퇴사 경험자 56.3%…직장내 갈등이 원인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상사로부터 “너는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식의 폭언을 지속적으로 들었다. 계속된 폭언으로 인해 지병이 악화해 병가를 냈지만, 상사는 오히려 “너 따위는 필요 없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직장인 3명 중 1명이 사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괴롭힘이 계속돼도 대부분 참거나 모른 척하며,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결국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9%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54.0%로, 2023년 1분기 조사(46.6%)보다 7.4%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률도 같은 기간 15.7%에서 22.8%로 늘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참고 넘기거나 모른 척한 채 결국 퇴사를 결심한다는 점이다.설문조사 응답자 중 51.3%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른 척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3.7%는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퇴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벼룩시장에 따르면, 20대 이상 직장인 1722명을 대상으로 ‘퇴사 경험’을 조사한 결과, 56.3%가 최근 1년 내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퇴사 사유로 ‘열악한 근무 환경·복리후생에 대한 불만’(21.1%)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상사·동료와의 갈등’(14.1%)이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의 김유경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인권 침해이자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