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마법사' 스테판 존스의 40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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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시 리뷰]프랑스 파리의 패션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열리고 있는 '스테판 존스, 아티스트의 모자' 전시에 다녀왔다. 스테판 존스(Stephen Jones)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현대 모자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모자 컬렉션 170여 점,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의상과 모자를 포함한 착장 실루엣 40여 점, 그리고 드로잉, 사진 및 영상을 포함해 총 400여 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를 통해 존스의 지난 40년간의 창작 세계를 재조명했다.
'스테판 존스, 아티스트의 모자'
파리 팔레 갈리에라에서 3월 16일까지
400여 점의 작품으로 만나는 모자 예술
디오르와 장 폴 고티에가 사랑한 장인
명품 하우스와 스타들의 사랑을 받는 모자 디자이너
존스는 2024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을 받은 영국 디자이너다. 그는 디오르(Dior),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같은 패션 하우스와 리아나(Rihanna), 레이디 다이애나(Lady Diana) 같은 스타들과 40여년간 협업을 거듭하며 대담하고 혁신적인 모자를 만들고 있다. 작년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 개막식 때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착용한 깃털 장식 모자도 존스의 작품이었다.
존스는 1957년 리버풀 근처에서 태어나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리버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패션학교 생활, 블리츠 클럽(Blitz club)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키워줬다.
블리츠 클럽은 1980년대 런던 코벤트 가든의 블리츠에 위치한 클럽으로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 문화 운동의 거점이 됐다. 존스는 블리츠 클럽에서 만난 가수 보이 조지(Boy George) 덕분에 패션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존스는 블리츠 클럽에서 만난 보이 조지, 스티브 스트레인지(Steve Strange) 같은 블리츠 키즈(Blitz kids)라고 불리던 친구들에게 화려하고 독특한 모자를 만들어 줬다.
1980년 그는 런던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고 그의 이름은 영국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심지어는 버킹엄 궁전에까지 전해져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스테판 존스가 디자인한 베레모를 즐겨 쓰기도 했다.
런던에서 파리로
"모자는 캐릭터와 개성을 강조해 주는 시각적인 액세서리이다."(스테판 존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열정과 창의력은 일반 모자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볼륨, 비율, 소재 등을 사용하게 만들었고, 이는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게 했다.
프랑스의 문화, 패션,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에 매료된 그는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준 도시인 파리에 경의를 표하듯이 프랑스 역사 및 파리의 심벌들을 작품에 가득 담았다.
에펠탑과 나폴레옹의 모자, 파리 정원의 꽃과 광장의 비둘기 그리고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표현한 모자, 베르사유에서 영감을 받은 챙이 넓은 모자…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제2의 고향 파리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전시장의 마지막 섹션에 도착하면 패션 디자인 하우스들과의 협업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존스가 협업한 패션 디자이너 리스트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Christian Dior, Jean-Paul Gaultier, Claude Montana, Thierry Mugler, Vivienne Westwood, Kim Jones, Raf Simons, John Galliano, Walter Van Beirendonck, Thom Browne, Ungaro, Maison Margiela, Louis Vuitton, Givenchy, Balenciaga, Givenchy, Comme des Garçons, Acne Studios…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