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올해 배당 재개한다…4년 만에 배당주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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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 25일 기획재정부 등 부처와의 협의를 한 후 4년간 중지했던 배당을 올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률은 0.8%, 1주당 배당금은 185원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부는 2026년까지 출자기관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40%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이번 배당성향을 16%선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 여파로 지난 4년간 배당을 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5조8400억원 수준이었던 한전 영업손실은 이듬해 32조원대로 불어났고 2023년까지도 ‘마이너스’ 행렬을 이어갔다. 반면 지난해는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4년만에 배당 대상기관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최근 정부는 가스 및 전기 요금을 올리며 에너지 공기업 ‘밸류업’에 힘쓰는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10월엔 산업용 전기 요금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26일 한국가스공사도 배당을 공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정부는 500%에 달하는 한전 부채비율 등을 고려해 올해 배당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4년 전 한전의 배당률은 4.5%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전의 배당 재개가 정부 배당금 수입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며 “다만 올해도 배당을 중지하면, ‘앞으로 상장된 공기업은 자본이득밖에 줄 게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투자자 등에게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밸류업을 한다고 했으면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설명했다.
40조원대 규모의 한전 누적적자를 고려하면 배당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정부 내부에서도 부처별로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지금은 배당보다는 전력망 확충 등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 기반을 조성하는 데 돈을 써야 할 때”라며 “향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도 올해 배당결정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주주의 이익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배당을 고려해봄 직하지만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공기업의 존립 근거는 아니다”라며 “배당보다는 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정영효/김대훈 기자 peux@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