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무명'이고 싶었던 전설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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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리뷰병상에 누워 있는 남자. 남자 앞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또 다른 젊은 남자. 남자는 연주를 듣고 무언가에 홀린 듯 감격스러워 하지만 얼굴이 마비된 탓에 칭찬 한마디를 건네지 못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있는 또 다른 남자. 남자의 표정이 복잡하다. 아픈 친구의 감격스러운 순간이 뿌듯하면서도 약간의 서운함과 질투 그리고 젊은 남자가 가진 천재적인 재능에 대해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혁명의 시대, 명성을 거부한 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보여주는 모순적 삶
영화는 밥 딜런의 생애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의 전기 영화가 그러하듯 전체의 삶이 아닌 특정 기간, 즉 밥 딜런이 뉴욕에서 데뷔해 주목받기 시작한 1961년부터 정통 포크에 전자 기타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되었던 1965년까지, 4년의 커리어를 조명한다.
<컨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즉, ‘완전한 무명’(혹은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제목은 사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야기와 모순을 이룬다. 왜냐하면 영화는 딜런이 무명이었던 시절을 생략하고 그가 거스리와 시거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의 제목은 딜런의 무명 시절을 뜻하는 것이 아닌 극도로 명성을 기피했던 그의 성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에는 자신이 만든 곡으로 마침내 인정받아 차트를 휩쓸어도 파티하거나 자아도취에 빠진 스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늘 대중과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다니며 글을 쓰고, 곡을 만들며 동료들과 연주하는 음유시인에 가깝다.
자신의 내면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던 밥 딜런의 성향을 반영하듯 영화는 그의 내재된 심리를 파헤치는 대신 그가 교감했던 당대의 뮤지션들과의 관계와 우정에 집중한다. 그는 우디 거스리의 끝없는 보살핌과 애정으로 스타가 되었고, 조니 캐시와 오랜 시간 동안 편지를 나누며 채워지지 않는 고독을 위로받았다. 연인이자 운동가였던 실비는 소극적인 딜런을 투쟁과 저항의 현장으로 인도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는 자신만의 캐릭터 스터디를 만들 줄 아는 섬세함을 가진 연출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특히 음악이 함께 할 때 더더욱 빛이 난다. 그의 전작 <앙코르> (Walk the Line) (2006)가 그랬던 것처럼, 그가 그리는 뮤지션은 혼자만의 독특한 내면과 천재성으로 일어서지 않는다. 그의 재능은 동료들의 협력과 노력으로 세상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전기영화에는 신화적 판타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 <컴플리트 언노운> 역시 어떻게 밥 딜런이 태어났는가가 아닌 (동료들로 인해) 만들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되는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