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月 60건씩 쏟아지는 소송…오세훈·김동연 사업 줄줄이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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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지연에 비용 눈덩이서울시와 경기도가 급증하는 행정소송으로 주요 사업이 줄줄이 멈춰서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핵심 프로젝트도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이익 단체 및 기관들의 소송 남발로 잇따라 발이 묶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행정 지연에 따른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지난 10여 년간 제한해온 소송 비용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서울시, 소송비 한도 없애 대응
재건축 인허가·보상금 문제 등
소송 마무리까지 5년 넘기기도
市, 18년 만에 소송규칙 '손질'
행정소송 승소율 20%지만
한 건만 이겨도 파급효과 커
로펌계 새 먹거리로 급부상
◇1년에 730건씩 피소…‘소송 부담’
행정소송은 행정기관의 결정이나 처분에 불복해 법인, 단체 등이 법원에 취소 또는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이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진행될 경우 통상 수년이 걸리며 경우에 따라 5년을 넘길 수도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늘어난 행정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 화해·조정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썼다. 행정소송은 공공기관의 처분이나 결정의 적법성을 다투는 특성상 화해·조정이 드물지만 대응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불리한 판결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협상에 나선 것이다. 두 지자체가 기타(화해·조정 등)로 분류한 수송 수행 건수는 지난 9년간 1700건에 육박했다.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 소송 분쟁에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0건을 화해·조정으로 끝냈다.
◇로펌들, 승소율 20%에도 ‘군침’
법조계에선 지자체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승소율이 낮더라도 충분히 다퉈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와 경기도의 패소율이 20~30% 수준이지만 행정소송은 판결 하나가 유사 사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건이라도 승소하면 상당한 법적·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에 승소했을 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선례가 된다”고 말했다.행정소송이 법조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는 만큼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업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남산 곤돌라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남산에서 기존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한국삭도공업이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제기한 집행정지 소송에서 져 한 달 만에 사업이 중단됐다. 당초 본안 소송이 올해 4월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가 바뀌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앤장은 서울시를 상대로 25억원대 마곡산업단지 기부채납(공공기여) 관련 소송도 2년6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의정부시 금오동 일대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카일에 공공청사 등을 조성하기로 계획했지만 소송이 걸리면서 사업이 수년째 중단됐다.
서울시는 주요 사건의 소송 비용 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오는 18일부터 심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아무리 중요한 시책이라도 수임료가 3000만원 이내로 묶여왔다. 앞으로는 시가 핵심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관련 소송 비용을 충분히 쓸 수 있게 된다. 경기도도 법률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소송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비용 규제 폐지로 지자체의 법률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역으로 이에 따라 대형 로펌만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잡하거나 규모가 큰 소송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들의 수임료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지출을 막을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