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부터 한국까지 누빈 '고독한 미식가'
입력
수정
영화 리뷰훤칠한 키에 마른 몸을 가진 중년의 남자.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선다. 물끄러미 하늘을 보며 무언가 읊조리는 남자. 남자는 말한다. “배가 고파졌다 (하라가 헷타·腹が減った).”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와는 다르게 여행을 녹이기 위해
프랑스 파리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주제와 작품성보다 '음식'과 '공간의 추억'으로 사랑받은 드라마를 영화화,
영화를 보는 기준은 달라야 할 것
한국 팬을 위한 쿠키 영상까지 제작한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
<고독한 미식가>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다. 2012년 첫 방영 된 이후로 13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시청자를 만나온 <고독한 미식가>는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고로’상을 중심으로 그의 일상, 특히 ‘먹는 일상’에 집중한다. 고로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음식에만큼은 엄청난 열정을 가진 진정한 ‘구루메(gourmet·미식가)’인 것이다.
그의 하루는 주로 고객과의 미팅으로 시작된다. 미팅이 끝나면 그는 미팅이 있던 동네의 가장 그럴듯한 식당을 선택해서 그 집만의 시그니처를 하나씩 맛보며 혼자만의 휴양 시간을 갖는다. 그에게 있어 음식은 안식이자 여행이다. 그는 음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이야기는 고로가 옛 연인의 아버지가 의뢰한 그림을 가져다주러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로가 공수해 온 그림을 보며 고향이 그리워진 아버지는 고로에게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 요리를 찾아 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맡긴다. 향수병에 걸린 듯한 아버지가 가여워진 고로는 그에게 '잇짱지루'라고 불리는 국물 요리를 찾아주기 위해 나가사키의 한 섬으로 떠난다.
이러한 영화적 확장은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무모하다. 예를 들어 두 가지 기내식 (비프 스튜 vs. 야키토리동)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심혈을 기울이는 고로의 모습이라든지, 기내식을 놓친 그가 아사 상태에서 파리에 도착해 정통 프렌치 식당을 찾는 과정은 드라마에서 재현할 수 없던 스케일과 소재를 보여주는 유쾌한 상황극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가 잇짱지루 식재료를 찾기 위해 섬을 찾다가 표류한다는 설정, 그리고 표류한 섬이 여성들만 사는 식품연구소라는 설정 등은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영화 버전 역시 만족스럽다. 고로를 연기하는 마츠시게 유타카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무엇보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는 한국 관객을 향한 애정이 가득하다. 예컨대 고로가 한국의 거제도에 도착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마치 한국 관객을 위한 정찬처럼 매력적인 한국 배우(유재명이 출입국 관리 직원으로 특별출연한다)와 훌륭한 메뉴를 페어링한다. 영화에서 고로가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는 궁극의 식재료 역시 창작자의 한국을 향한 애정을 가늠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메인 1차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