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나오시마와 리버풀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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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문화부장
안도 다다오의 열 번째 건축물
안도 다다오가 이 섬에 지은 열 번째 건축물인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출판기업 베네세홀딩스가 1990년대 초 조선업 침체로 쇠락해가던 나오시마를 문화예술의 힘으로 회생시키기 위해 시작했다. 단순히 미술관만 건립하는 게 아니라 섬 전체를 현대미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장기적인 기획이다.국내에서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문화 분야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에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방안이 포함된 것도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들 예술단체가 이전하면 지방에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늘어나고, 이는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깔린 듯하다. 갑작스러운 지방 이전 추진 소식에 해당 예술단체 구성원이 반발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계획이 지역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완료됐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력 격차는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 미지수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회생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모범 사례는 영국의 리버풀이다.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인구 감소로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였던 리버풀은 2004년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일궈냈다. 유럽연합(EU)이 1985년부터 매년 한두 개 도시를 골라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유럽 문화 수도 사업을 통해 리버풀시는 7000만파운드(약 1316억원)를 투자해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또한 도시 전역에서 350여 개의 문화예술 이벤트를 열며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리버풀의 관광산업과 창조산업이 꽃피우기 시작했다.전문가들은 리버풀의 성공 비결로 민간 후원과 정부 지원이 적절하게 결합된 안정적인 재원 조달 구조, ‘리버풀 컬처 컴퍼니’라는 독립적인 문화사업 운영 주체, 광범위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을 꼽고 있다. 지방 소멸은 단순히 인구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위기다. 문화예술로 지역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 같은 1차원적 해법으로는 역부족이다. 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입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