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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열정, 그 뜨거운 유언

[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

에세이 , 구민정·오효정 지음, 스위밍꿀, 2025
얼마 전 친구가 “이제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잘 모르겠다. 출판 일은 일종의 열정노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직군이라서인지 냉소적인 분위기를 크게 감지하지는 못했다. 새삼스럽지만 고백해보자면 나는 동료들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원고를 읽고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을 사랑하고, 이 일을 함께 열심히 해나가려는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촌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세상 촌스러운 두 명의 PD가 있다. 될성부른 잎이 그렇듯 어릴 때부터의 자질로 각자의 가족에게 각자의 기대를 받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그 무거운 기대를 배반하기도 했던 당찬 딸들이었다. 이들이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며 서로의 열정에 매료되고, 깊은 신뢰를 나눈 기록이 <명랑한 유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출처. pexels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상태에 있든 이 글이 그렇게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 (오효정, 11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절반의 유언장과 절반의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병든 지구를 절실하게 보여준 다큐멘터리 '지구 위 블랙박스'는 효정과 민정의 노력으로 픽션과 음악, 그리고 경이로운 영상들로 가득 채워져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효정의 병든 몸은 너무나 늦게 발견되어버렸다. 이 책의 후반부는 병마와 싸우며 지난 삶을 글로 복원하고자 시도한 효정의 마음과 그녀에게 더 나은 날들을 만들어주려고 애쓰며 옆을 지킨 민정의 마음이 포개진다.

거센 슬픔의 파도가 효정을 덮쳤다. 그건 효정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파도였다. 효정과 어머니의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 주변 섬을 배회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너무 멀리 흘러와 버렸다. (구민정, 176쪽)

독서의 끝에 이르면 우리는 효정과 민정에게 어쩐지 더 이상 타인일 수 없게 된다. 만난 적 없는데 그리운 효정을 향한 애도.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회복을 위한 기원. 마음속에 작은 죽순처럼 작고 단단한 무언가가 자라난다.

그렇게 떠나간 사람은 항상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작게 뿌리내리고 살아간다. 그렇게 모두와 함께 영원하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에세이 &lt;명랑한 유언&gt; 구민정·오효정 지음, 스위밍꿀, 2025
최지인 문학 편집자•래빗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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