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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도시를 수호하는 우아한 바로크 성당,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arte] 정태남의 유럽도시 예술 산책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이탈리아 반도 북동쪽 베네치아-메스트레(Venezia-Mestre)역을 출발한 기차가 속도를 줄이면서 약 4㎞에 달하는 다리 위를 지날 때, 차창에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숨어있는 듯한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가 불가사의로 가득한 미궁(迷宮)처럼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이 베네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처럼, 모래나 흙이 쌓여 바다가 막혀 생성된 큰 호수 같은 바다를 이탈리아어로 라구나(laguna; 영어로는 lagoon)라고 하는데 보통 석호(潟湖)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기차역 밖으로 나오면 자동차라곤 한 대도 안 보인다. 이곳의 교통수단은 모두 배이기 때문이다. 역 앞 광장 부두에는 베네치아의 동맥인 대운하를 따라 베네치아의 심장인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말하는 '버스’는 '증기선’이란 뜻의 바포렛토(vaporetto)라고 하는 중형 선박이다. 물론 지금은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지만.

바포렛토가 대운하를 따라 서서히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자 좌우로 황홀한 광경이 서서히 펼쳐진다. 대운하 양쪽에는 섬세한 창문들이 돋보이는 베네치아식 고딕풍 건축물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가볍게 보인다. 바포렛토가 약 3.5㎞쯤 지났을 때, 오른쪽 전면 멀리서 커다란 쿠폴라(cupola, 영어로는 돔dome)가 보름달처럼 서서히 솟아오른다. 그 옆으로 다가가자 베네치아 고유의 고딕식 건축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하얀 우아한 성당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대운하에서 보이는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 사진. © 정태남
이 성당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정식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Santa Maria della Salute), 간단히 라 살루테(La Salute)라고도 한다. 1908년 가을 베네치아에서 두 달 동안 체류하던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빛에 따라 변하는 대운하의 인상을 6개의 버전으로 그렸는데, 이 그림에서 초점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 성당이다. 그 이전 비발디 시대의 베네치아 풍경화의 대가 카날레토와 과르디 등도 이 성당의 모습을 화폭에 즐겨 담았다.
클로드 모네의 <대운하 (The Grand Canal)>(1908).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초점을 이룬다.
카날레토 <베네치아 대운하 입구 (The Entrance to the Grand Canal, Venice)>(1730). 왼쪽이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다.
베네치아 바로크 건축의 백미

이 성당은 베네치아 바로크 건축의 백미로 손꼽힌다. 바로크 건축은 르네상스 건축의 조화롭고 균형 잡힌 형식에서 벗어나 더욱 역동적이고 극적인 표현을 추구했다. 이 양식은 16세기 말 로마에서 시작하여 18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유럽 여러 나라로 퍼졌는데, 베네치아에 도입된 것은 17세기 전반이다. 바로 이 성당이 고딕과 르네상스풍 건축물들이 주요 랜드마크가 되는 베네치아의 도시경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웅장한 규모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보인다. / 사진. © 정태남
이 성당은 팔각형 '몸통' 위에 거대한 둥근 쿠폴라를 올려놓은 형태로 안정감과 웅장함이 단번에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중앙 쿠폴라는 하늘의 권위 또는 성모 마리아의 왕관을 상징하며, 성당 전체의 시각적 중심이 된다. 외관을 보면 수많은 성인들의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는데, 특히 쿠폴라 정상부에는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 두드러진다. 성당 안에는 쿠폴라 아래 아치형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내부 공간 곳곳에 스며든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대리석 바닥에 부드럽게 반사된 빛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목을 은은하게 비추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이 성당은 외부 및 내부의 모든 건축적 요소가 전체적으로 일체감을 이루고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보석 같은 예술품처럼 보인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내부 / 사진. © 정태남
그런데 라구나의 지반은 상당히 약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엄청난 규모의 석조 건축물을 세울 수 있었을까? 베네치아의 건축물들이 가볍게 보인다고 해서 건축물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맨땅 위에다가 건축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통나무 말뚝들을 땅속 깊숙이 촘촘하게 박고 그 위에 돌을 얹어 지반을 완전히 다진 다음에 그 위에 건축물을 세웠던 것이다. 이를테면 베네치아는 숲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나 할까. 이런 공법은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것이다. 이 성당 건립의 경우 지반을 다지기 위해 100만 개 이상의 통나무 말뚝을 땅속에 박아 넣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황량한 라구나에 이 많은 목재와 석재가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통나무와 돌은 당연히 육지에서 갖고 온 것이다. 특히 바다를 가로질러 지금의 슬로베니아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었다.

재앙을 딛고 일어선 베네치아의 상징

한편 성당 이름에서 산타 마리아(Santa Maria)는 '성모 마리아', 델라(della)는 영어의 'of the', 살루테(Salute)는 '건강'이라는 뜻인데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오늘날의 베네치아는 하나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1797년까지는 1000년 역사를 자랑하던 하나의 나라였다. 즉, 선출된 최고 통치자 도제(Doge)가 이끄는 강력하고 부유한 해상 공화국으로 지중해 무역을 주름잡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베네치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선박과의 교역으로 인해 유입되는 전염병에 노출돼 있었다는 것. 국가 차원의 세심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1576년에 흑사병이 베네치아를 덮쳐 15만 명의 인구 중 4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역병이 물러나자 베네치아 정부는 하늘의 은총에 감사하여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건축가 팔라디오(1508-1580)에게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일 레덴토레(Il Redentore, 구세주) 성당을 주데카 섬에 세우도록 했다. 이 성당은 1577년에 착공, 팔라디오가 사망한 지 12년이 지난 1592년에 완공되었다.

이 성당이 완공된 지 약 40년이 지난 1630년 6월에 또 흑사병이 창궐했다. 이번에도 수많은 희생자들이 나오자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은 역병 퇴치의 성인에게 바쳐진 산 로코 성당을 찾아가 은총을 구하는 등 별의별 종교적 수단을 동원했다. 그런다고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침내 베네치아의 대교구장 티에폴로는 그해 10월 22일, '시시한’ 성인이 아니라 아예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게 웅장하고 화려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을 지어 바치겠다고 공포했다. '건강’을 뜻하는 '살루테’는 종교적으로 '구원’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어서 10월 26일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최고통치자 도제 콘타리니와 대교구장과 시민들이 산 마르코 광장에 모여 하늘의 은총을 간구하는 기도를 올렸다.

새로운 성당은 산 마르코 광장에서 나오면 눈에 확실히 보이는 대운하 입구의 세관 건물 바로 옆에 세우기로 했다. 설계는 공모전에 당선된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 롱게나(B. Longhena 1598-1682)가 맡았고 성당 공사는 1631년에 시작되었다. 그해 흑사병은 수그러들었다. 누적 희생자는 베네치아 전체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47,000명에 달했다.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에서 본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그 너머 길쭉한 주데카 섬에 일 레덴토레(구세주) 성당이 보인다. / 사진. © komrakovav, 출처. pixabay
한편 롱게나의 스승은 건축가 스카모치(1548-1616)였고 스카모치는 위대한 건축가 팔라디오가 미완성으로 남긴 건축 작품 상당수를 마무리한 장본인이었다. 이 성당은 착공 50년 후인 1681년에 봉헌되었는데 평생 이 성당 건축에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쳤던 건축가 롱게나는 다음 해에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성당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완공된 것은 1687년, 당시 비발디(1678-1741)는 9살의 소년이었다.

비발디의 밝은 음악이 녹아든 듯한 바다 위로 솟아오른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은 이처럼 베네치아를 휩쓸고 지나간 흑사병의 재앙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따라서 이 성당은 단순한 성전이 아니라 고통을 견딘 자들이 세운 순백의 기념비인 셈이다. 이 하얀 성당은 낮이면 남국의 태양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저녁이면 노을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섬세한 실루엣을 드러내는데, 멀리서 보면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를 수호하고 축복하는 듯하다.
베네치아의 저녁 노을과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실루엣 / 사진. © 정태남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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