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전기 끊기고 단수까지…역대 최악의 산불에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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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하동 24시간째 '긴급 휴전'…안동과 의성에선 단수
경남 산청과 하동, 25일 오후 1~4시부터 '긴급 휴전 지역' 지정
경북 영덕은 새벽 전력복구 진행되면서 지정 해제…피해는 지속
설상가상 경북 의성과 안동은 단수…오늘 단수 지역 추가 가능성
26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25일 오후 1시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4시 경남 하동이 긴급 휴전 지역으로 지정되며 만 하루 넘게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긴급 휴전 지역은 송·변전 설비에 이상 징후가 보일 때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전력 공급을 일시 중단시키는 지역을 말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요청해 중앙급전소가 승인하는 식으로 지정된다.
경북 영덕도 25일 오후 9시 긴급 휴전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른 새벽 전력이 복구되면서 26일 오전 2시께 해제됐다. 이 정전은 영덕변전소가 산불 확산에 따른 사고 예방 차원에서 미리 전기를 차단시키면서 발생했다. 사전에 부하를 전환하는 식의 무압 조치다. 오늘 오전 3시 복구를 마치면서 전력 공급이 재개됐고 긴급 휴전 지역에서도 해제됐다.
다만 이 지역 모든 전력이 복구된 상황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 운용이 어려워진 송전선로는 다른 선로를 통해 우회 공급하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일부 선로의 경우 기존 선로와 합치가 잘 되지 않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도 일부 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산청과 하동의 경우 불길 확산을 막기 어려워 정전 피해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산청에서 발생해 하동으로 번진 산불은 현재 바람을 타고 지리산국립공원까지 확산 중이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청·하동 산불은 이날 지리산에 인접한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내부 200m까지 번졌다. 화선은 300m 수준으로 형성됐다.
한전은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산불 영향권에 드는 일부 송전선로를 다른 선로로 우회시키는 등의 대응을 지속해서 마련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망으로 인한 전력 공급엔 현재 차질이 없고 배전망은 일부 지역에서 휴전 조치로 전기공급을 차단한 상태”라며 “복구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단수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북 안동은 이날 오후 1시 “수압을 높여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가압장이 산불로 정전되면서 임하, 남후, 일직, 남선, 임동, 풍천, 길안 등 일부 고지대 지역에서 단수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안동시는 현재 긴급 복수와 생수를 운반해 급수 중이다.
앞서 경북 의성도 산불에 따른 상수도 시설 손상으로 전날 오후 7시 30분부터 단수된 상태다. 불길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단수되는 지역이 오늘 추가로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청송양수발전소도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날부터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청송양수발전뿐으로 양수발전은 물로 발전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없다”면서 “현재 울주, 울진, 기장 등에 있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최연혜 사장이 이날 산불 관련 천연가스 공급시설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에 맞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이제껏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산불 피해가 우려돼 이번주 남은 기간은 산불 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김리안 기자 hazzy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