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통신 두절'…울진 일부 주민 재난문자 소외돼 '아찔'
입력
수정
위성 통신이 대안?…LA 화재 때 통신 공백 메워
지상망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는 단점도
2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11시 46분 울진군 온정면 △덕인2리 △덕인3리 △덕산3리 일부 주민들은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받지 못했다. 울진군 전역의 SK텔레콤 통신망이 이날 밤 약 2시간 두절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을 사용하는 주민들은 재난 문자를 제때 수신하지 못했다.
당시 SK텔레콤 망은 기지국 화재와 정전으로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 망이 먹통이 되자 2020년 도입된 '재난 로밍' 대책에 따른 첫 로밍 명령을 시행했다.
재난 로밍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37조의2에 따른 것으로 재난 등으로 인해 A 통신사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B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번 화재에서 과기정통부는 인근 KT 망을 사용하도록 조치해 장애 사태에 대응했다.
다만, 재난 로밍을 시험하던 중 SK텔레콤이 인근 회선을 활용해 우회로를 뚫어 자체 복구에 성공하면서 2시간 만에 통신이 재개됐다.
통신이 끊기면 재난 문자 수신이 불가할 뿐 아니라 대피 정보를 찾을 수 없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화재, 정전 등에 취약한 지상 기지국 망에만 의존할 경우 재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이장 내외도 마을의 무선통신이 끊기기 시작하자 직접 주민들을 구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뿐 아니라 이번 산불에서 통신망 장애를 겪은 지역은 △안동 △영덕 △청송 △산청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의 기지국 3000곳가량이 화재나 정전으로 장애를 일으켰다.
재해 발생 시 지상 기지국 망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저궤도 위성을 사용한 위성통신망을 지원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화재 때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한 자동차가 이동식 기지국 역할을 하며 산불 현장의 통신 공백을 메운 바 있다.
다만, 위성통신의 속도는 지상망에 비해 현저히 느리고 날씨 등 외부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어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