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유럽의 실존적 위기가 현실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유럽 사람들은 최근 경악과 활력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포용,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조롱 섞인 발언 등은 당초 의도는 아니었지만 유럽 사람들이 삶의 의지를 되살리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가 유럽에 남긴 것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든 유럽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 유럽 재계와 정치권 지도자들의 말이다.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고, 러시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적대국이라는 것을 확신한 그들은 마침내 자체 생존을 위한 수단을 개발하는 데 진지하게 나서고 있다.이탈리아의 한 기업 수장은 자국 방위산업이 항공기, 탱크, 헬리콥터의 대규모 주문 전망에 어떻게 군침을 흘리고 있는지 얘기했다. 영국은 핵 억지력이 어떻게 강화되는지, 다른 유럽 국가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 총리가 될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연방 의회를 설득해 국가 부채 한도를 대폭 높이고, 인프라와 국방 지출을 대폭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랫동안 침체한 유럽 경제와 금융시장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추가 지출과 부채 덕분에 유럽의 성장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유럽인들이 보호주의 본능에 빠지면서 미국 방위 장비에 더 많은 요구 조건을 붙일 것이다. 그런 기대로 이탈리아 항공우주 기업 레오나르도 주가는 올 들어 85% 이상 상승했고, 영국 BAE시스템스도 거의 50% 뛰었다. 영국과의 관계가 약해지거나 단절되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적 이해관계도 크고 작은 방식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다만 유럽이 그토록 원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럽인들이 진정으로 힘을 합쳐 외부 위협에 대한 자체 방어를 강화하는 데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지난주 EU의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 계획에 반대했다. 러시아 최전선에서 떨어져 있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독일과 폴란드처럼 보지는 않는다. 프랑스는 EU 국가들을 설득해 새로운 방위 기금에서 영국 기업과의 계약을 배제하도록 했다. 모든 대담한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미국과의 긴장이 극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고리타분하고,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으며, 군사적으론 허약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원제 ‘After a Long Decline, Europe Tries for a Come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