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준 "8kg 감량한 노년의 관식…아이유 건강이 더 걱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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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 역 배우 박해준
박해준은 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서 "외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항암치료 받고 하는 순간부터 병원에 가는 것까지,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몇몇 장면은 꼭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그때 일정을 조정해서 체중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박해준은 "격투기선수처럼 2주를 계획하고, 수분을 뺐다"며 "열흘 정도는 하루에 3리터씩 마시고, 그 후에 물을 500g 정도로 줄인다. 그렇게 3일만 하면 몸의 물이 계속 빠지는 거다. 그리고 하루 전엔 물을 안 먹는다. 그렇게 7~8kg 정도, 물로만 뺐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할 땐 도움 됐다"며 "몸에 힘이 없어서 휑해지더라. 감독님은 좋아했다"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다. 어린 애순과 관식 역에 아이유와 박보검이 캐스팅됐고, 중년 이후는 문소리와 박해준이 각각 발탁됐다.
박해준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우직함과 단단함을 가진 관식을 따뜻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애순에게는 "당신이 가장 재밌고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랑꾼이자, 금명에는 "무조건 다 잘해"라며 "수틀리면 빠꾸"를 외치는 '딸바보'인 관식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폭싹 속았수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박해준은 "제가 한 게 아니라 아이유, 박보검 주변 사람들이 다 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촬영 끝나고 아이유 콘서트 간 후기를 전하면서 "애가 대충 좀 살지, 너무 열심히 한다"며 "너무 말라서 걱정되더라. 건강 검진은 잘 받고 있는지"라고 아빠의 마음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폭싹 속았수다'는 계절의 흐름에 맞춰 16회를 4회씩 4주에 걸쳐 공개했다. 첫 막 공개부터 꾸준히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3막 공개 후에는 5,5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대만, 터키 등 총 42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박해준은 김원석 감독과 tvN '미생'으로 인연을 맺었고,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까지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원석 감독은 "관식은 착해 보여야 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박해준을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해준은 "'미생' 때 처음 뵀다"며 "저는 11회부터 나오는데, 그전에 화제가 돼 '미생' 촬영을 안 했는데 떨고 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김대명, 임시완과 이성민 선배가 잘해줘서 무사히 끝낸 작품이었다"고 첫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을 하게 됐고, 스님 역할이라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말을 안 하시더라"며 "저는 감독님이 어떤 분인 줄 아니까 '머리 안 자르고 하실 자신 있으시냐. 한번은 자르겠다' 이렇게 말했다. 그런 것들이 감독님은 미안하고 고마우셨나 보다.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책임질게' 하시더라. 그래서 계속 (캐스팅)해주신 거 같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제가 따로 연락하거나, 선물을 하진 않는다"며 "그냥 마음만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캐스팅해주시는 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또 "여기에 이 작품까지 와서 좋은 성과를 얻게 돼, '이제 평생 갚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이끌었다. 다음은 박해준과 일문일답.
=정말 좋은 감독, 작가님을 만났다. 여기에 좋은 배우들까지 함께해서 기대를 안하진 않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될까 생각했는데, 1, 2편을 보고 그런 우려는 사라졌고, 온전히 드라마에 집중해서 봤다. 지난 한달 동안 같이 울고 같이 웃었다. OTT 작품이라 끝난 건 아니지만 저에겐 종방을 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고, 기분 좋다. 이런 작품을 만날 줄이야 싶고, 만날 수 있을까 싶다.
▲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적인 감정을 담아냈는데,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글로벌 흥행의 인기 요인은 뭘까.
=보편적인 정서가 있다. '나에게 이런 사람이 있었지' 이런 공감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미안함에 자책도 하고, 그 후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건 어느 곳에나 있지 않나. 저도 그랬다. 연기할 땐 저도 애순이 봐야 하지, 금명이 봐야 하지 재밌게, 정신없이 찍었다. 오히려 아내 생각을 많이 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전체를 보고 나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 저는 좋은 아들은 아니었다. 저희 부모님도 잘 보셨다고 연락이 왔는데, 더 죄송했다. 제가 다정한 아들은 아니라서.
▲ 종영 후 실질적인 주인공은 중년 관식이라는 평이었다. 박보검 보고 주인공이라고 할 때 '나도 주인공이야' 하고 싶진 않으셨나.
= 주인공은 박보검이었다. 박보검이 초반에 정말 잘해줬다. 관식이라는 사람이 생각나게 해주셔서 고마웠다. 제가 나오면 청년 관식이 떠오르지 않나. 저도 그랬다. 제 얼굴만 봐도 슬프다는 평도 있었는데, 그만큼 제가 보검 씨 득을 봤다. 보검 씨가 만들어놓은 판에 제가 발을 내디딘 거 정도다. 뒤에 관식이 나오는 걸 보면 관식이가 극을 끌고 간다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관식이라는 인물을 만들어주고 있다. 회상이든, 내레이션이든, 하지도 않은 일을 관식이 그런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는 극에 흘러가는 대로 있었을 뿐이다. 다정한 아빠, 우직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인간으로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줬다. 제가 한 게 없다. 진짜다. 다시 한번 꼭 봐라.
▲ 주변 반응은 어떨까. 특히 아내의 반응이 궁금하다.
= 늘 작품이 나오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는 어릴 때 친구들부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지인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그게 참 기뻤다. 한편으로는 대학교 친구들에게 문자가 왔을 때, 그들과의 기억들이 많이 생각나 심정이 남달랐다.
▲ 아내, 아이들 반응이 궁금하다.
=아이들은 제 작품은 안 본다. 봤으면 하는데 훗날 찾아보고 기억해줬으면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자기 보고 싶은 프로그램 보는데 억지로 틀어놓을 수도 없고. 아내가 보여줬다곤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슬퍼했다고 하더라. 자꾸 저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더라. 아직은 작품을 보면 대입한다. 그래서 나쁜 역할은 보여주지 않았다.(웃음) 그냥 나쁜 역할을 많이 하는 것만 안다. 아내는 이 작품의 광팬이 됐다. 총 3번을 돌려봤다. 처음엔 펑펑 울다가 그 후엔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사람의 마음을 많이 건드리긴 하나 보더라. 이제 일상을 돌아가겠다고 하더라. 한달 동안 잘 봤다고, 수고했다고 해주더라.
▲ 실제로는 어떤 가장일까.
=관식이처럼 못한다.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는 아빠이긴 하다. 애들이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려고 하고. 아내랑도 대화 많이 하고. 그리고 가족들이 많이 좋아해 줘서 사랑받는 가장 같다. 늘 집에 가면 반겨주고. 고맙다. 저는 사실 다 풀어주고, 화를 안 낸다. 그 수습은 아내가 다 한다. 저는 미안해하기만 한다.(웃음) 관식을 연기하면서,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데 자식을 키우다 보니 제 개인적인 욕망과 꿈보다는 좀 바뀐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중에 나이 들고 먼저 가게 되면 좋은 아빠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 관식이처럼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야겠다 싶더라.
▲ 기혼자들 사이에서 '관식은 판타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맞다. 애순에게 핀 사주고 챙겨주고 하는 모든 것들. 같이 메추리알 까주고 얘기하는 거. 저도 하긴 하지만 그렇게 다정하게.(웃음) 관식이도 참 피곤한 사람 같다. 그러니까 몸이 닳은 거 같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관식이는 자기가 늘 좋아하는 걸 선택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희생은 아닌 거 같다. 자기가 좋아서 그 선택을 했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거 자체가. 자식을 낳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에 대해 관식은 행복했을 거 같다. 서로에 대해 인정해준다면 관식과 애순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주변에서 '관식이 우리 아빠 같다'는 사람들도 많더라.
= '미생' 때 처음 뵀다.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찍었다. 저는 11회부터 나오는데, 그전부터 작품이 화제가 돼 '미생' 촬영을 하기도 전부터 떨고 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김대명, 임시완과 이성민 선배가 잘해줘서 무사히 끝낸 작품이었다. 그 이후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을 하게 됐고. 스님 역할이라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말을 안 하시더라. 감독님이 어떤 분인 줄 아니까 '머리 안 자르고 하실 자신 있으시냐. 한번은 자르겠다' 이렇게 말했다. 그런 것들이 감독님은 고마우셨나 보다. 그때 미안하셨는지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책임질게' 하시더라.(웃음) 그래서 계속 (캐스팅) 해주신 거 같다. 제가 먼저 연락하거나, 선물을 하진 않았다. 그냥 마음만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캐스팅해주시는 게 고맙다. 여기에 이 작품까지 와서 좋은 성과를 얻게 돼 '이제 평생 갚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개런티를 안 받아야 하나.
▲ 노년의 관식을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 외양의 변화도 드러났다.
= 딱 변화는 순간들이 있었다. 항암치료 받고 하는 순간부터 병원에 가는 것까지.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몇몇 장면은 꼭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은명이가 '아빠, 왜 이렇게 야위었어' 하는 건 변화가 꼭 필요한 거라. 그래서 일정을 조정해서 찍었다. 격투기 선수처럼 2주를 계획하고, 수분을 뺐다. 열흘 정도는 하루에 물을 3리터씩 마시고, 그 후에 500g 정도로 줄인다. 그렇게 3일만 하면 몸의 물이 계속 빠진다. 그리고 하루 전엔 물을 안 먹는다. 몸엔 안 좋은데, 감독님이 강요한 건 아니었다. 7~8kg 정도 물로만 뺐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도움 됐다. 몸에 힘이 없어서 휑해지더라. 감독님은 좋아했다.
▲ 실제 금명이 세대였다. 찍으면서도 추억이 떠올랐을 거 같다.
= 그런 물건들이나 소품을 어떻게 구해왔나 싶다. 많은 스태프가 정말 애를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런 것들을 다 해준 게 감사했다. 그걸 보면서 우리도 '그때 이랬지' 하면서 많이 얘길 나누기도 했다. 오렌지 주스 병도 추억 아닌가.
▲ 딸 아이유의 콘서트도 보러 가지 않았나. 연기할 때 호흡은 어땠나.
= 보러 갔다. 티켓 구하기 힘들다는 얘길 들었다. 촬영 끝나고 보러 갔는데,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 아빠 같은 마음으로 본 거 같다.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아내가 집에서 아이유 노래를 많이 들어서 저도 계속 들었다. 그런데 콘서트를 끝내지 않더라. 4시간씩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말라서 안쓰럽더라. 너무 열심히 잘해서. 대충 살았으면 좋겠는데. 걱정됐다. 건강검진 잘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