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계, 상생안·단가인하 놓고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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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레미콘 반출 허용하는국내 레미콘업계가 들끓고 있다. 지역별 사업권을 인정해주던 관례를 깨려는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는가 하면 수도권 레미콘 단가 인상안을 놓고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인다.
정부 방침 내놓자 업계 강력반발
레미콘 값 인하에 내부 갈등도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은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현장에서 시멘트와 골재를 적정 비율로 섞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배처(batcher)플랜트’에서 생산한 레미콘을 인근 공사 현장으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신 공사 현장 주변 지역 레미콘을 쓰기 위해 해당 레미콘 업체와 협력하도록 하는 규정은 삭제했다.
레미콘업계는 “그동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에 따라 사업 조정을 신청하면 레미콘 수요량 50%는 주변 레미콘 업체가 공급하도록 했다”며 “국토부가 이번에 지침을 바꾸면서 상생협력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서울 반포주공1단지에 배처플랜트를 설치해 자체 레미콘을 생산 중인 현대건설이 국토부에 모종의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과도한 추측에 불과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당 재건축조합과 합의를 거쳐 현장 레미콘을 제한적으로 사용해 레미콘을 반출한 뒤 주변 지역으로 공급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최종 방침을 확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레미콘업계는 정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단가 인상과 관련해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7년 동안 오르던 수도권 레미콘 가격이 올해엔 지난해보다 2.45% 떨어진 9만1400원으로 결정되자 대형 레미콘사들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일각에선 협회 탈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선골재그룹 계열사인 쌍용레미콘은 협회 탈퇴 의사를 담은 공문을 협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더욱 쇄신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동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 레미콘업계 가동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협회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회원사의 도미노 탈퇴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 silver@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