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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클래식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13년 간의 여정

[arte] 강선애의 스무살 하콘 기획자 노트

10주년 극장판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발견한
전국 수많은 공연장들의 가능성과 역할
한 지역의 극장을 찾았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해왔지만 이 지역만큼은 좀처럼 공연을 올리기 어려웠는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니 왜 그토록 문턱을 넘기 힘들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980년대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대기실, 낡고 닳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보면대와 의자, 그리고 보면대는 서울에서 가지고 올 줄 알았다는 무심한 관계자들까지… 공연장 정문 앞에서는 수백만 원을 들였다며 소나무를 단장하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극장의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그러나 이것은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되고 낡았어도, 구석구석 세심한 손길이 닿는다면 얼마든지 빛날 수 있다. 그만큼 이곳에 공연이 없었고, 극장 스스로 움직일 흔적이 없었다는 것을 대기실이, 보면대와 의자, 그리고 관계자들의 말이 증명하고 있었다. 문득 하우스콘서트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던 시기가 떠올랐다.

집 밖으로, 서울 밖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전국으로 확대했던 것은 2012년, 하우스콘서트 10주년을 기념해 전국 공연장에서 페스티벌을 열면서였다. 일주일 동안 전국 21개 도시의 크고 작은 23곳의 공연장에서 무려 100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모든 공연은 하나의 동일한 콘셉트로 진행됐다. 객석은 텅 비우고, 연주자의 전용 공간인 무대 위에 관객을 올린 것이다. 극장에서마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그 신선한 콘셉트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충남 보령문화예술회관(2012). 관객들이 무대 위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 © 더하우스콘서트
하우스콘서트를 그대로 극장에 옮겨온 공연에서, 관객은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연주자와의 거리가 불과 2미터에 불과하니 가능한 일이었다. 생생한 음악의 울림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는 몰입형 공연이란 개념을, 우리는 이미 13년 전에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지역극장에서 선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이 10주년 페스티벌은 단순한 기념의 의미를 넘어,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고민했던 지점과 그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수많은 좋은 연주자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이 연주할 무대가 부족하고, 수천만 원을 들여 대관 공연을 치르면서도 초대권으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암담한 현실은,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수많은 공연장과 연계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공연장을 찾는 소프트웨어(연주자, 콘텐츠)와, 콘텐츠 없이 존재하는 하드웨어(공연장)의 연결이라는 아이디어. 우리는 10주년 극장판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그 연결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전북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2012). 바리톤 정록기의 연주를 집중해서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사진. © 더하우스콘서트
절반의 성공: 연간 5000개의 공연

공연장 가동률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이야기였다. 연주자들이 공연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현실 역시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정작 누구도 해결책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걸까. 그런 가운데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이 페스티벌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우리에게는 ‘연간 5000개의 공연’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페스티벌을 마친 이듬해인 2013년부터 극장판 하우스콘서트의 연중 상시 공연을 추진했다. 누군가에게는 5000개라는 숫자가 터무니없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철저한 계산 아래 나온 수치였다. 당시 직접 조사한 바로는 중소규모 공연장이 민간 운영분을 포함해 약 400여 개에 달했고, 한 공연장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연간 12번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다면 총 5000개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10주년 페스티벌에서 느꼈던 호응은 이 도전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라는 용기를 안겨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5000개 공연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을, 가보지 않은 극장이 없을 정도로 누비며 정기 하우스콘서트를 왜 지역에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공연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 지역에는 클래식 관객이 없다"고 말했던 곳에는 정말 클래식 관객이 없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관계자의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에, 가능한 한 자주 그리고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공연장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지역 관객이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지역 공연장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문화예술회관. 관객들이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 사진. © 더하우스콘서트
그뿐만이 아니다. 극장의 모든 불이 꺼진 채로 연주자를 맞이하거나,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온 연주자에게 왜 서서 연주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일도, 스타인웨이 풀사이즈 피아노를 수억 원을 들여 구입하고도 "이 극장에서 클래식 공연은 비추"라며 공공연히 말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연주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공연이라고 해서 일부러 쉬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해서는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는 언제나 ‘사랑의 인사’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체감한 지역마다의 분위기, 공연장과 연주자를 설득해 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비록 5000개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어도, 이 프로젝트는 분명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단순한 공연의 연속이 아닌, 의식의 전환을 위한 준비 과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12년간 하우스콘서트를 꾸준히 진행해 온 경남 함안문화예술회관. 정기적인 공연이 지역의 관객과 아티스트, 그리고 공연장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함안을 통해 확인해왔다 / 사진. © 더하우스콘서트
구석구석 빛이 나도록

10주년 페스티벌을 열고 공연을 전국으로 확대한 지도 벌써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빠른 변화를 기대했지만, 의식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비록 느리고 더디지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을 즈음,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낡은 보면대와 의자를, 그리고 공연이 없는 극장을 마주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는 새로운 공연장이 생겨나고 있다. 13년 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 지금은 중소 공연장 개수가 400을 훨씬 넘는 숫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오페라 전용 극장, 클래식 전용 극장 등 극장이 장르별로 특성화되고 있고, 그에 맞는 하드웨어를 갖추는데 적지 않은 예산을 쓸 것이다. 다른 장르의 전용 극장도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새로 짓는 것만큼이나, 이미 존재하는 극장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어졌으면 좋겠다.

13년째 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군 단위까지 시선을 돌리면 여전히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공간이 많다. 적어도 낡은 보면대 하나쯤은 기꺼이 교체하겠다는 의지, 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우스콘서트를 본 지역 관객과 공연장의 이야기]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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