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제는 경제 양극화"…국가주도성장 꺼냈다
입력
수정
지면A6
11분 영상으로 출사표
11일 비전 선포식·캠프 인선 발표
'기본사회' 대신 '잘사니즘'
민간 영역만으론 발전 어려워
정부 단위의 대규모 투자 필요
"정책에 빨간·파란색 의미 없어"
실용주의·정책 신속성 강조
'K이니셔티브' 국가비전도 제시
"소프트파워로 세계 선도할 것"
◇기업 대신 정부가 대규모 투자
이 전 대표는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는 근본 원인을 “먹고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렇다”고 짚으며 경제를 강조했다. 첫 목표로 경제 성장을 내세우면서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선거 방침을 분명히 했다.이 전 대표는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시대인데 문제는 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져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 성장은 국부펀드로 한국판 엔비디아를 키우겠다는 이 전 대표의 정책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정책 조직인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전날 50조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전략산업에 투자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패를 각오한 장기 투자가 필수인 첨단 전략산업에 국민의 자산을 끌어들이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잘사니즘을 키워드로 제시한 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치 지향적이고, 좀 더 정신적이고, 고통 없는 삶을 넘어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책 수행 방법론으로는 실용주의와 신속성을 내세웠다. 그는 “어떤 방법이나 정책이 누구 생각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가 아니라 어떤 게 더 유용하고 필요하냐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개 공직자는 중요하고 큰일을 고민하느라 작아 보이는 일들을 미뤄두니 (일이) 엄청나게 쌓인다”며 “모든 일이 중요하니 작고, 쉽고, 간단해 보이는 일을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큰일은 큰일대로 고심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 중요하지만 국익 최우선”
이 전 대표는 경제 다음 목표로 ‘생명 중시’와 ‘국익 중심 외교’를 제시했다. 그는 “재난이나 사회적 위기 때 피해를 보는 것은 힘겹고, 못살고, 어려운 사람 순”이라며 “그 사회·문화의 수준은 약자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생명·안전을 유지해야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선 “한·미 동맹도 중요하고 한·미·일 협력관계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원칙은 ‘대한민국 국익 최우선’”이라며 “경쟁할 영역은 경쟁하고, 협력할 영역은 협력하고, 갈등이 있는 영역은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국가 간 경쟁이 기업 간 경쟁과 거의 같아졌다”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 분담,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가 비전으로 ‘K이니셔티브’를 내세웠다.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여러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그는 “K컬처가 문화 영역에서 세계를 상당 부분 선도하고 있으며 세계사에 없는 K민주주의도 보여줬다”며 “이런 것을 K이니셔티브로 통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취재진 앞에서 K이니셔티브와 대선 포부를 설명할 계획이다. 대선 공식 슬로건과 경선캠프 인선도 공개한다.
강현우 기자 hka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