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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열광하고 '눈물'…'폭싹 속았수다' 흥행비결 3가지

넷플릭스 드라마
흥행의 비결은...

짐작할 수 없는 깊이의 가족애
전 세계 인기 비결은 동일화

형식의 완성이 돋보이는 작품
'캐릭터의 중복성'과 '문학'
그리고 '자본과 기술의 결합'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울고불고하며 보게 된다는, 혹은 다들 통곡까지 하며 보았다는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 드라마가 그려낸 ‘내용의 성취’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950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한 가족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 전체를 관통해 낸 그 깊이는 그간 정치나 역사적 사건을 전면에 내세운 몇몇 영화나 드라마(예컨대 영화 <행복의 나라> 혹은 드라마 <돌풍>)가 얼마나 부박한 수준에 불과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 냈다. 대중들은 늘 작은 우물에서 큰 바다로 나아가는 서사 구조에 감동한다. 열광을 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오애순이라는 여인의 일대기이며 애순이 사랑했던 남자 양관식과 그녀가 세상 누구와도 바꾸지 않으려 했던 첫째 아이 양금명의 가족사이다. 기이하게도 펄 벅의 대하소설 <대지>를 생각나게 만들고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영국 출신의 호주 작가 네빌 슈트의 소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을 떠올리게 한다. 두 소설 모두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달랑’ 제주도가 배경이지만 그 정서적 규모는 앞의 두 소설을 능가할 정도이다. 사람들이 열광했던 건 애순-관식 커플의 사랑, 자식애였다. 그 애정과 사랑은 짐작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졌고 그건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선대를 생각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동일화가 최고조였다.

드라마의 승부수는 동일화이다. 저 드라마 속 인물 중 저건 나인데, 라는 생각들을 대중들의 마음속에 뿌려내는 순간 작품이 갖는 흥행의 휘발성은 활활 타오른다. <폭싹 속았수다>가 지닌 동일화는 글로벌 수준의 보편성마저 지니는 것이었다. 당연히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이유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성공은 따라서, <오징어 게임 1, 2>의 성공이 지닌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세상사라고 하는 것이 폭력의 경쟁심보다 여전히 따뜻한 가족애가 운행의 중심이라는 것을 다소 진부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반 이의 제기 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세상의 대중은 신파가 움직인다. <폭싹 속았수다>는 지구의 대륙 전체를 1cm 정도는 신파의 흐느낌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젊은 애순이 역의 아이유 / 사진출처. ⓒIMDb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싹 속았수다>는 내용의 성취와 별개로 형식의 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런 형식이 아니었으면 저런 내용을 쌓아 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 분석을 하게 만든다. 물론 그런 내용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훌륭한 얼개라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최근 10년간 나온 작품 가운데 형식과 내용의 변증이 최고조로 구사된 작품이다.

<폭싹 속았수다>가 만든 새롭지 않은 척 새로웠던, 첫 번째의 형식과 기법은 바로 캐릭터의 중복성이다. 애순이 관식과 신접살림을 차리고 금,은,동명을 낳고, 막내 동명이 사고로 죽고 등등, 인생의 파고를 겪어 가는 얘기에서 애순 역은 배우 아이유가 맡는다. 애순이가 중년이 된 후에는 배우 문소리가 이어받는다. 문소리가 낳은 금명이가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 대우에 들어가고 등등 새로운 세대가 될 때는 다시 아이유가 바통을 받는다. 아이유는 애순이었다가 금명이가 된다.
(왼쪽부터)중년의 애순이 역의 문소리와 금명이 역의 아이유 / 사진출처. ⓒIMDb
이건 흔히 말하는 1인 2역이니 1인 3역 같은 얘기가 아니다. 배우의 중복을 통해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겹치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 혈연관계는 이상할 만큼의 비현실적인 연대감을 지닌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도 그렇다. 그 세대적 영속성이 언젠가는 꼭, 유감없이 나타나게 돼 있다. 금명이 충섭(김선호)과 낳은 아이 때문에 온갖 짜증을 부릴 때 37살인 그녀에게 엄마 애순이 말한다. “미운 설흔일곱! 아주 꼬수어 죽겠데.” 아버지 관식은 둘째인 아들 은명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혼내고 있을 때 “어째? 공수가 바뀐 것 같지?”라고 말한다. 그런 그를 늙은 노모 계옥(오민애)이 힐난하듯 쳐다본다.

<폭싹 속았수다>의 최고 장점 중의 하나는 지금과 같은 세대 간 단절의 시대에 이 가족만큼은, 아니 어떤 한 가족만큼은, 세상 어느 구석에서 끈질기게 자신들의 지금이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로, 그 미래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이야말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자각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는 데는 아이유를 아이유의 캐릭터로 중첩시킨, 역시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형식의 도입과 기법의 구사가 큰 역할을 했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두 번째로 돋보인 형식은 드라마를 문학과 아예 합체시켰다는 점에서 찾아진다. <폭싹 속았수다>는 문학적 드라마라거나, 문학적 서사를 도입했다거나, 문학적 기교를 사용했다는 정도를 넘어선다. 그냥 드라마 자체가 문학이다. 그것은 분명 드라마 전체를 휘감는 아이유의 내레이션 때문이다. 중간중간 흐르는 그녀의 독백은 드라마와 문학이 동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에서 문학으로 가는 길목의 문을 열고 길을 인도해 낸다.

막내 동명이 방파제에서 죽고 젊은 엄마 애순은 아이를 안은 채 망연자실 앉아 있다. 그 앞으로 흐느적거리며 다가서는 어린 남편 관식(박보검), 무쇠 아빠 관식이 무릎을 꿇고 절규할 때 뒤에서는 거친 파도가 마을 안쪽까지 거칠게 때리려는 양 으르렁거린다. 그때의 아이유 내레이션이 ‘무쇠가 무너졌다’ ‘아비의 울음이 파도를 덮었다’이다. 애순이 친할머니 김춘옥(나문희)의 무덤 앞에서 부부가 허무한 표정을 지을 때의 내레이션은 ‘같이 온 소풍이지만 다들 물 때가 달랐다’였다. 바로 그 전 씬은 김춘옥보다 먼저 죽은 애순 엄마, 곧 김춘옥의 며느리 전광례(염헤란)가 나오는 과거 회상 씬이다. 광례는 시어머니 춘옥과 영정용 사진을 찍으며 묻는다. “그래서, 소풍이었소 고행이었소?” 그다음 씬이 바로 저 무덤 컷이다. 드라마를 문학이 받고, 문학을 드라마적으로 풀어낸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폭싹 속았수다>의 가늠키 어려운 성취는 실로 수십 년 만에 그렇게 ‘TV문학관’을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단순한 대사의 나열, 말장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문학의 수사, 정서를 잊은 적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은 원래 소설이고 시이며 사실은 사람들은 한때 그 동일체로 살았었다. 세상이 문학일 때가 좋을 때였다. 그 점을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폭싹 속았수다>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문학 드라마, 드라마 문학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작가 임상춘의 괴물 같은 스토리 구축 능력, 감독 김원석의 천재적인 연출이 그 어느 한쪽의 손톱만큼의 모자람 없이 일대일로 삼투압됐기 때문이다.

<폭싹 속았수다>가 성공한 또 다른 성공의 요소는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이번처럼 효능감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 마디로 ‘원 없이’ 돈을 쓴 드라마이다. 비공식적으로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두 배가 든 것으로 보인다. 회당 제작비 평균 60억 원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6부작이니 천억 원 가까이로 계산된다. 한국 수준으로는 막대한 것이나 글로벌 넷플릭스 수준으로는 중저 예산일 수 있다. 어찌 됐든 막강한 자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만들어 낸 드라마이다. 제주도 광례(염혜란)의 집 같은 건 손쉽게 세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관식이네 집, 할머니 박막천(김용림) 집도 따로 지었을 것이고 애순 관식의 신혼 살림집, 곧 월셋집인 하르방(박병호) 집도 별도로 만들었을 것이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엄청난 CG 기술도 구사됐다. 관식(박해준)이 다발성 골수종으로 24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장면에서 애순(문소리)이 그의 손을 꼭 잡고 병원 밖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다. 반복되는 같은 장면을 드라마는 연속해서 사시사철로 표현해 낸다. 이 계단 씬은 풀 컷, 부감 컷이 거듭되는데 그 주변 풍광을 모두 CG 기술로 포장해 낸다. 관식(박해준)이 영범이란 남자(이준영)와 파혼한 뒤 돌아온 금명(이아유)이를 광활한 바다로 데리고 나가 해돋이를 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두 연기자가 타는 실제 배를 앞에 띄우고 주변은 촬영을 위한 선박, 조명을 위한 선박을 띄워야 하는 고난도 수상 촬영이자 일종의 물량 공세이다. 관식이 대사로 치는 ‘저 멀리 고기잡이 배 불빛’ 운운의 대목은 CG로 처리해야 한다. 해가 돋을 때 붉은 빛이 퍼지는 장면 역시 자연조명으로 해결될 수 없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대학에 다니는 금명(아이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깐느 극장은 전남 광주에 있는 광주극장을 리노베이션 한 것이다. 시대적 소품과 장치가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특히 매표소 같은 것이 그렇다. 그 모든 것이 돈이다. 그런 제작비가 아낌없이 투입됐다. 들인 돈 만큼의 만족감, 쾌감도가 높다.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폭싹 속았수다>는 자본이 극히 예술적으로 될 수 있음을, 또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이 다시 돈이 될 수 있음을 그려낸다. <폭싹 속았수다>는 그 선순환의 산업 예술이 대표격이 될 것이다.

무수한 서브 텍스트들도 매우 중요했다. 극 중 빌런인 부상길(최대훈)을 포함해 관식의 엄마인 권계옥(오민애), 이모 해녀들 역인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의 조연 연기는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였다. 양금이가 과외 알바를 했던 집 엄마 역 김금순은 독립영화 <울산의 별>로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앗던,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이다. 김금순의 캐스팅은 놀라운 일이다. 은명(강유석)의 철없는 아내 역의 이수경 역시 영화 <기적>에 나왔던 기특하고 우수한 연기자이다. 이런 배우들이 드라마에 넘쳐 난다. 이 점 역시 캐스팅 비용으로 원 없이 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용림·나문희·박병호·송광자급의 원로 배우들을 작가와 연출자가 늘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는 것 자체도 놀랍다. <폭싹 속았수다>는 문소리 박해준 아이유 등 주연 배우들 덕 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무수한 조연 연기자들의 리얼 연기가 보태졌기 때문이다. 그 합체가 폭풍같은 감동의 드라마라는 변신 로봇을 만든 셈이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임상춘은 미지의, 은둔의 인물이다. 30대 중반의 여성으로만 알려져 있으며 얼굴도, 정확한 나이도, 출생지도, 이력과 경력도, 알려진 게 없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도 의문스럽다. 80년대 후반 출생이라는 것인데 관식은 1950년생, 애순이는 51년생, 금명이는 68년생, 대학 학번으로는 87학번이다. 드라마의 주조가 60년대와 70년대라는 얘기이다. 아무리 리서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극장 간판을 붓으로 그리던 시대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은 드물다. 아니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이다. 30대 중반이 아니거나 아니면 실로 괴물 같은 상상력의 소유자이거나. <폭싹 속았수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아마도 임상춘의 실존 미스터리를 푸는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재밌지 않을까? 재미없을 거라고? 없으면 말고. 그동안 모두들 폭싹 속았수다.
&lt;폭싹 속았수다&gt; 스틸컷 / 사진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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