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세전쟁의 두 얼굴...애국소비 열풍 속 수출기업은 "주문 끊길라"
입력
수정
지면A11
美 상호관세 발표 후폭풍
中, 관세전쟁 뒤 애국소비 확산
틱톡 등 SNS서 관련영상 쏟아져
화웨이·루이싱커피 매장 북적
애플·스타벅스 등 美기업 고전
수출기업, 해상 운송 6% 급감
"2개월새 공장 절반이 문닫아"
이 쇼핑몰 1층에 입점한 스타벅스와 루이싱커피 매장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평소 붐비던 스타벅스는 한산한 데 비해 중국 브랜드 루이싱커피에는 연신 주문 벨이 울렸다. 루이싱커피 직원은 “통상 하루에 음료를 600잔 정도 판매하는데 최근 들어 주문량이 15%가량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으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자 중국에선 ‘궈차오’(國潮·애국주의 소비)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인 고객에게 봉사료 104%를 더 받겠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식당이 있는가 하면 코카콜라, 테슬라, 맥도날드 등을 대체할 중국 브랜드를 공유하는 SNS까지 퍼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한국인 기업가는 “애플과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데는 중국 기술력과 브랜드를 뽐내고 싶어 하는 중국인의 자부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왔다”며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해 중국인의 궈차오가 다시 불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단순한 신경전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관세 전쟁을 앞둔 ‘밀어내기’ 덕분에 1년 전 동기보다 12.4% 증가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상호관세 여파가 본격화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많다. 성장의 핵심 축인 수출 타격을 상쇄하려면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계에선 벌써부터 ‘수출 보릿고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중 무역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13일 중국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주 대비 6% 감소했다.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이동하는 상품운임지수는 같은 기간 18% 급락했다. 해운업계 정보 분석 기관 라이너리티카는 향후 3주간 중국에서 화물 예약이 30∼6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도매업자는 기자에게 “미국발 주문이 딱 끊겼다”며 “미국 기업의 계약 취소로 대미 수출 비중이 단기간에 반 토막 난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허브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저장성 이우 시장은 관세 전쟁 이후 텅텅 비어가고 있다. 상인 7만5000여 명이 모여 봉제 인형부터 모자, 장난감 저격총까지 온갖 제품을 파는 이 시장에선 이달 들어 미국발 계약 취소로 휴무와 인력 감축을 고려하는 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광저우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불과 2개월 만에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며 “공장들이 관세 전쟁 여파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어 근처 작업장 20곳이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인근 청바지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예전에는 밤 12시에 퇴근하던 때도 많았는데 요즘은 일감이 없어 저녁 시간 전에 귀가한다”고 토로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이난성은 2027년까지 100억위안(약 1조9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성해 소비자 대출 보조금에 쓰기로 했다. 쓰촨성은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 대형 가정용품 구매를 위한 소비자 대출에 저금리를 지원한다. 중국 상무부는 다른 5개 주요 기관과 함께 고급 요리, 문화 관광, 공연 분야를 겨냥한 ‘중국 쇼핑’ 캠페인을 시작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