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행위"…'의대 증원 0'에 수험생·대학생·환자도 화났다
입력
수정
의대 증원 철회에 사회 각계 반발 확산
수험생 "깜깜이 입시" 대학생 "의대생만 특혜"
"26% 복귀에도 철회?…배신 행위"
수험생 "입시 혼란" …대학생 "의대생만 특혜"
의대를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수험생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를 목표로 하는 한모씨는 "내 성적으로 어느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지 전년도 합격선을 보고 분석해야 하는데 의대정원 이슈로 전년도 입학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정보 없이 지원해야하는 '깜깜이 상황'"이라며 "의대 정원과 상관없이 내 계획대로 공부를 하자고 다짐해왔지만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입시 피라미드의 최정점'으로 불리는 의대 모집인원은 다른 대학·학과 진학 희망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다른 대학 합격을 포기하면 해당 대학의 합격선이 낮아지는 연쇄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수험생들은 의대 모집인원 축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종로학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험생·학부모 543명 가운데 53.5%가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축소하는 데 반대했다. 또 68.3%는 "의대 모집인원이 축소될 경우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이런 발표가 의대생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대학이 수업 거부 의대생에 대해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타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대생 아니면 꿈도 못 꿀 특혜'라며 학교본부의 행정 처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2학년 재학생 박소라 씨는 "의대 신입생들도 교양수업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함께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대생에게만 출석에 대해 특별대우를 해주는 건 공정성에 어긋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강일이나 등록 마감일을 연장해주는 것을 보며 다른 학과 학생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정부의 백기 투항" 규탄
이어 "국민과 환자는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 개혁을 통해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계획을 믿고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 투입에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지난 1년 2개월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에도 국민과 환자는 견디고 버티며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감수했다. 그 결과가 사실상 의대 증원 포기라니 참담하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의정 밀실 야합을 자백하고 의료계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며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거부라는 집단행동을 버젓이 이어가며 정부를 비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물론 국민 중심 개혁하던 의료정책 추진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의대생 복귀도, 의대 교육 정상화도, 의료기관의 정상화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