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10년 만에 고위급 핵 협상…로마서 2차 회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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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간접 협상…오만 중재
구체적 성과 도출 여부 미지수
이날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핵 협상을 위해 로마에 도착했다.
아락치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법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1차 핵 협상은 지난 12일 중동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진행됐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2차 협상은 로마에서 열리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은 직접 마주하지 않고 중재국인 오만의 바드르 알 부사이디 외무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간접 회담 방식을 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양측은 첫 번째 협상 결과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긍정적 신호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2차 핵 협상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아락치 장관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 측의 의도와 동기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어쨌든 내일 협상에 나설 것”라며 “이란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추구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은 항상 책임 있는 문제 해결 수단인 외교에 성실히 임해왔다”며 “쉽지 않은 길임을 알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요구는 명확하다. 제재 해제를 포함한 핵 협상 관련 요구는 일관되고 투명하다”며 “미국 관리들의 최근 상반된 발언들을 고려할 때, 미국 측은 그 의도와 진지함에 대한 중대한 모호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위트코프 특사가 이란과의 핵 협상 목표로 핵 프로그램 전면 폐기가 아닌 우라늄 농축 제한을 제시했다가 이를 번복한 점을 가리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는 첫 임기였던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을 향해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꺼내면서 핵무기 생산 저지를 목표로 하는 핵 협상을 요구했다.
다만 이란 정부는 핵무기 개발 시도 의혹을 부인하며 이란의 관련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