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추경, 골든타임 놓쳤다"
입력
수정
지면A3
한은·정부 '안이한 경기 인식'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성적표가 나오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0.2%)은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GDP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0.1% 이하에 그쳤다. 이런 경기 둔화에 대응해 한은은 작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하락 및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 인하 시기를 실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가 안정 등으로 작년 7월 이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은은 당시 정책 대출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한은은 작년 5월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끌어올린 뒤 같은 해 8월 2.4%, 11월 2.2% 등으로 순차적으로 내렸다. 지난해 성장률은 간신히 2.0%에 턱걸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도 작년 11월 1.9%에서 올 2월 1.5%로 큰 폭으로 하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수정을 예고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올초까지도 예산 신속집행에 무게를 두며 추경에 선을 그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둔화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도 정부와 한은은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경기 판단을 그르친 결과 확장 재정, 통화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 등으로 경제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1분기 예산 진도율이 기대에 못 미쳤고 추경 편성이 늦어졌다”고 했다.
남정민/좌동욱 기자 peux@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