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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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신속 제정하겠다면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 국내 생산·판매에 대한 세제 지원책을 들고나왔지만 정작 산업계의 주 52시간제 완화 요구에는 침묵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국내 첨단 전략산업이 글로벌 생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 지원책과 관련한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업계 숙원 '화이트 이그젬션' 빼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언급 안해
"초격차 말하면서 앞뒤 안맞아"
이 후보는 이날 SNS에 “반도체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으로 기업들이 반도체 개발, 생산에 주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언급한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업계가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이 빠진 반도체특별법이다. 국가 차원의 전력·용수 공급 지원 등의 내용만 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이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추진안건)으로 지정했다. 국민의힘이 고액 연봉을 받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뺀 채 강행 처리를 추진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소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언제라도 특별법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 굳이 330일을 끌지 않고 그 전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를 찾은 자리에서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처럼) 논쟁적 이슈보다는 기반 시설 확보, 세제 지원같이 업계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압도적 기술 격차를 얘기하면서 R&D 인력에 한해 제한적으로 초과근무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했다.
국내 주요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 후보는 이에 대한 공약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계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경직된 노동시장 고용 구조를 유연화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재영 기자/이천=김형규 기자 jyha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