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위험 도사리고 있다" 경고…속 터지는 삼성전자 주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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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횡보세 이어져
외국인, 지난달 반도체 5조 넘게 매물 던져
"1분기 호실적에도 관세 불확실성 작용"
"경제 충격으로 반도체 수요 둔화 올 수도"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분기 최대 매출을 발표한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보다 300원(0.54%) 내린 5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6만원대까지 올라섰던 주가는 지난 3일 기본관세 발효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진 뒤 5만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주가가 21만원대까지 오르면서 회복세를 나타내는 듯했으나 이달 들어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17만원대에서 지루한 횡보장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8000억원과 2조6000억원 시장에 던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피에서 9조500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는데 절반 이상을 이 두 종목으로만 팔았다.
예상외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한 건 미 관세로 인해 공급망이 변하고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는 유예한 후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한 상황이지만 예고된 유예시점 이후 상황은 불투명하고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리스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 보낸 보고서에서 고율 관세 리스크를 '빙산'에 비유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관세 영향은 '빙산'과 같다"며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은 중요하지 않고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국은 4월 상호관세 10%를 유지하고, 보편관세는 90일 유예했다"며 "반도체·스마트폰·태블릿 등은 상호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 대신 품목별 관세조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국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 관리 역량으로 대응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서 "일부 국가 간 상호관세 조치가 유예됐지만,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현시점에선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다만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 여파가 본격화될 2분기 실적은 1분기와 달리 어둡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깜짝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부문이 비수기에 돌입하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둔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미·중 무역 분쟁과 상호관세 부과는 결국 최종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클라우드업체들의 인공지능(AI) 투자도 둔화되는 추세여서 내년 HBM 수요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차세대 HBM인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본격 출시하고 초기 수요에 대응해 공급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HBM3E 8단 제품에 대한 품질검증 결과가 이 시점에 나올 예정이라 대응 시점에 따라 실적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에 대해 고객사와 1년치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 제품 특성상 올해는 변함없이 전년 대비 2배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HBM3E 12단 판매를 순조롭게 확대해 2분기에는 이 제품의 매출 비중이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