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10억' 넘게 뛰었다는데…"왜 우리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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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1채로 '서울 외곽' 6채 산다지난 3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에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른바 ‘강남 쏠림’ 현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울 집값 양극화 역대 최대
토허제 확대로 거래는 '꽁꽁'
지난해 3월 5.0이던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년1개월 만에 6.0으로 상승하는 등 아파트값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월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매매가는 서초구가 31억4043만원이고, 강남구는 27억634만원이었다. 반면 도봉구(6억1529만원)와 강북구(6억8257만원)는 7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달 전용 82㎡가 40억7500만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40억원을 돌파했다. 이와 달리 도봉구 방학동 ‘우성1차’는 전용 84㎡가 4억5900만원에 손바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거래는 급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는 4416건으로 3월(9882건)에 비해 반토막 났다.
'똘똘한 한채' 더 심화…강남은 신고가, 외곽은 거래절벽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6배 사상 최고
서울 강남구 한강 변 압구정3구역에 속한 ‘현대2차’ 전용면적 198㎡는 지난달 말 105억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최고가를 썼다. 지난 3월 같은 면적 거래가(90억~94억원)와 비교하면 한 달 새 10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이와 달리 노원구 ‘중계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11억84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3월 24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 아파트값은 과거 고점보다 20~30%가량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공급 부족과 공사비 인상 속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강남 3구·용산구 거래 40%는 신고가
1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0까지 치솟았다.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올 3월 11.2에서 지난달에는 11.5까지 높아져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40%가량은 역대 최고가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11차’는 지난 3일 전용 171㎡가 90억2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면적 매매가 81억원보다 9억2000만원 올랐다.
대치동에서도 신고가 행렬이 이어졌다.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190㎡는 60억원, ‘개포우성1차’ 전용 127㎡는 50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전용 76㎡ 매물이 31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신축 대장주로 여겨지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34㎡는 2월 165억원에 손바뀜했다. 한 달 뒤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3㎡가 175억원에 실거래되며 올해 공동주택 최고가 기록을 썼다.
강남권과 달리 노도강 지역 아파트값은 2021~2022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8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2021년 최고가(12억원) 대비 72% 수준이다.
◇ 강남권 전세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초강세에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억531만원까지 올라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 대비 19.8% 뛴 금액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재지정 등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경매를 노리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269㎡ 펜트하우스는 최근 130억4352만원에 낙찰됐다. 공동주택 경매 가운데 역대 최고 낙찰가다.강남 집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강남구 전세가율은 40.7%로 국민은행이 구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낮다. 송파구(43.1%)와 강동구(50.0%)도 조사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서초구는 45.4%로 2023년 9월(45.2%) 후 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기 주거지로 매수가 몰리면서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울 외곽 재건축 단지가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성이 낮아 이를 개선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락/손주형 기자
▶ 아파트 5분위 배율
아파트값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 집값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수다. 예컨대 배율 6.0이면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