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가인하 정책 국내 영향은 미미…기술이전 기회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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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4인 응답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최혜국 약가’(Most-Favored Nation, MFN) 정책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와 달리, 국내 신약벤처에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IRA 중복, 법적 근거도 불확실
시장 충격보다 구조 변화 주목해야
13일 국내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4인은 트럼프의 약가 인하 정책이 다국적 제약사의 수익성에는 부담을 줄 수 있지만, 기술수출 중심의 한국 바이오 기업 구조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행정명령은 구체적인 페널티나 강제 조치 없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2020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법원에서 시행 중단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벤처의 수익 구조와 시차도 보호막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국내 벤처는 임상 1상 전후 후보물질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고, 수익은 임상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상업화 이후 로열티로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의 약가 인하가 예정돼 있어, MFN 정책은 중복되는 측면이 많고, 갓 출시된 신약에까지 약가를 일괄 인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얀센에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의 미국 판매로 로열티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유한양행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오히려 순풍을 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셀트리온은 트럼프 정부의 이번 정책이 자사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 고가 의약품 약가 인하, 병행수입 허용 확대 등 세 가지 기회요인이 존재한다”며 “정부와 직접 약가를 협상할 수 있는 구조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셀트리온의 제품 특성상,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미국 내에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또 “병행수입 활성화 시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으며, 이미 미국 내 직판 영업망을 갖춘 만큼 시장 확대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이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 확산을 촉진하고, 기존의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의 구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FN 정책이 글로벌 제약사의 사업 전략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약가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외부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R&D 예산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거래 규모나 선급금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HLB처럼 직접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 역시 불확실성에 노출되지만, 캄렐리주맙 병용 구조 등으로 인해 고가 전략보다는 가성비 중심의 가격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은 적다는 평가다.
MFN 정책의 실질적인 시행 여부, 그리고 관세 등 추가 압박 요소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제약사들이 시간을 벌었고, 관세 등 남은 변수도 많다”며 “이 와중에 기술이전 뉴스가 들려온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www5s.shop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5월 13일 15시3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