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見指忘月 (견지망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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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23
見: 볼 견
指: 손가락 지
忘: 잊을 망
月: 달 월
달은 잊어버리고 손가락만 쳐다본다
말단만 보고 핵심을 놓쳐버림을 이름
-<능가경>
한 불자가 명성 높은 스님을 찾아와 가르침을 전해달라고 청하였다. 하지만 스님이 “나는 글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자, 불자가 크게 실망했다. 불자의 표정을 보고 스님이 말했다.
“진리는 하늘에 있는 달과 같고, 문자는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습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손가락이 없어도 달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들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대승불교의 경전인 <능가경>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은 ‘손가락만 쳐다보고 달은 잊는다’는 뜻으로, 말단만 보고 정작 사물의 핵심은 놓쳐버리는 것을 이른다.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것은 본질은 도외시하고 형식과 수단에만 치우친다는 말이다.
선종의 주요 가르침 중에 불립문자(不立文字)가 있는데, 이는 언어 문자의 형식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법을 전하고 깨닫는다는 말로, 견지망월과 뜻이 비슷하다.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므로 말과 문자가 필요 없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도 불립문자와 가르침이 같다. 깨달음을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견월망지(見月忘指)로 쓰면 형식과 수단보다는 본질을 본다는 뜻으로 의미가 정반대로 바뀐다.
‘말꼬리 잡는다’는 우리말은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사람과 함의가 이어져 있다. 문맥을 보지 않고 문자 하나에 너무 집착하면 산은 보지 못하고 자잘한 나무들만 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작은 일로 언성을 높이면 큰일이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