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원자재 적재 공간서
불꽃 시작된 것으로 파악 중

고무·화학물질로 진화 난항
직원 1명·소방관 2명 부상

공장 생산 전면 중단…
생고무 등 가연성 물질 많아
완진까지 수일 걸릴 전망

광주여대 체육관 내부
400세대 수용 대피소 설치
희망 주민 한해 대피 중

광주 도심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17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처음 불이 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한 데다 공장 내 생고무와 화학 약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완진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 인근 주민 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대피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무·화학물질 섞는 구역서 불…직원 1명·소방관 2명 부상

이날 소방청에 따르면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소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오전 7시 11분께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불이 빠르게 커지며 7시 28분 대응 1단계, 7시 59분 대응 2단계로 신속히 격상됐다. 오전 10시에는 전국 소방력을 동원하는 최고 수준의 긴급 소방 대응 체계인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소방 당국은 이날 불이 타이어 원재료인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 공정 구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생고무를 녹이는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근처 다량의 인화성 자재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직원들이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이 급속히 커졌고, 최초 발화 건물은 붕괴 시작 중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위험물질 보관 구역까지 화재가 번지자 내부 진입을 중단하고 외부 불길 확산 차단에 주력 중이다. 오후 5시 30분 기준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고성능 화학차 21대(대구, 전북, 충남, 전남, 경남 등), 무인파괴방수차 5대(대전, 세종, 충남, 경남 등), 재난회복차량 2대(전남, 중앙119구조본부)가 투입됐다. 4만5000ℓ급·3만ℓ급 대용량포방사시스템도 함께 동원됐다.

부상자는 총 3명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인 공장 직원 1명이 다리를 크게 다친 채 건물 내 고립됐다 구조됐다. 50대 남성 소방관 1명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30대 남성 소방관도 머리에 상처를 입는 등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내 조업 중이던 400여 명의 직원은 긴급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추가 인명 피해를 파악 중이다.

공장 절반 전소 우려…진화 난항에 생산 전면 중단

소방 당국은 진화에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장 내부에 생고무 20t 등 가연성 자재가 밀집돼 있어 진화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비슷해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2023년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당시에도 완전 진화까지 화재 발생 후 4일 이상 걸렸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광주공장 타이어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생산 중단에 따른 광주 지역 완성차 공장의 차질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아차 광주공장과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복수의 타이어 업체와 계약돼 있는 만큼 즉각적인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GGM 일본 수출용 전기차 일부는 금호타이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향후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서쪽 공장(2공장) 약 70%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돼 전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남쪽 공장(1공장)까지는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과 불과 1㎞ 떨어져 있는 광주송정역으로의 영향도 확인 중이나 현재까지 KTX 운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산림청 헬기를 지원받아 인근 강물을 활용한 진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용수 부족에 대비해 인근 주민에 안전 문자를 발송해 수도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도심 전역에 검은 연기…일부 주민 대피소 이동 시작

화재 발생으로 검은 연기가 도심 전역으로 확산됐으나 현재까지 유해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공장 인근 아파트 32개 단지 주민에 보건용 마스크 1만 개를 긴급 지원했다.

소방 당국 등은 화재를 진화하며 발생한 오염수 차단에도 총력 대응 중이다. 공장이 영산강·황룡강 합류부에 인접해 있어 우수관 차단과 오일펜스 설치 등 수질 보호 조치가 병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환경단체 등에서도 오염수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현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방 당국은 밤샘 진화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소방청은 화재 장기화에 대비해 광주소방학교와 재난회복차량 등을 활용한 전국 소방대의 야간 숙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형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 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대피소로 이동을 시작했다. 광주시와 광주 광산구는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40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설치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대피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1차 대피 대상자는 확산 중인 검은 연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접 4개 아파트단지의 입주민들이다. 일제 대피령이 내려지진 않았고, 희망자에 한해 대피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 희망 세대는 집계 중이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현재 화재 진압이 어렵고 불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피령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유림 기자 our@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