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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가수 김호중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한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다. 그의 가창력은 감탄할 만했다. 당당한 울림통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타고난 재능임을 확신했다. 유명해지면서 어둡고 굴곡 많은 그의 과거 서사도 알려졌다. 그래서 그의 귀한 재능을 더 응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음주운전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숨었다. 잡범처럼 얕은꾀를 내는 실수를 저질러 우리를 실망시켰다. 재판에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 중인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에는 안타까움과 괘씸함이라는 두 감정이 뒤섞여 있다. 나는 김호중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가 형기를 다 마치고 나와서 대중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

한 해 전 경기 파주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임윤찬이 참가한 밴클라이번 콩쿠르의 실황 영상으로 만든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우승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선율이 극장 안을 흐르는 찰나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터진 눈물보에 아내가 놀라며 “주책맞다”고 놀렸지만 나는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흐느꼈다. 아마도 임윤찬이 새로 나타난 피아노의 혜성이자 독창적인 재능을 지닌 클래식계의 최고라는 평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테다. 루마니아의 한 주간지는 ‘상상력과 깊이가 넘치는 피아노 연주의 황금기로 우리를 안내하는 새로운 표준입니다. 음악을 감상하고 이 이름을 따라 적으세요: 임윤찬’이라고 썼다. 프랑스 평론가 장 이브 클라밍은 “그의 경력은 이미 시작됐고, 그 수준에서는 더 이상 ‘경력’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동시대를 살았던 재능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들은 우리가 시련에 빠졌을 때 용기를 주고, 시름에 잠겼을 때 기쁨과 위안을 줬으며, 길을 잃었을 때 영감을 줬다. 우리는 그것들을 거저 얻었다. 가요계의 별인 가왕 조용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체육계의 보물인 차범근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클래식계의 보물인 정경화 정명훈 조수미 조성진, 우리 화단을 빛낸 인재 박수근 이중섭 권진규 백남준 김환기, 우리 건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건축가 김중업 김수근, 천재기사 조훈현 조치훈 이창호 이세돌 신진서 같은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재능들이다. 이들과 동시대를 산 건 우리가 누린 지복이고 행운이다.

실패 겪고도 꿋꿋이 재도전을

다들 이상을 천재 작가로 꼽지만 연작시 ‘오감도’ 15편이 2300편의 습작에서 나온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이상의 천재성은 어마어마한 습작을 하며 절차탁마로 노력한 끝에 발현한 것이다. 나는 15세 때 시와 소설을 썼다. 내가 타고난 재능이란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채 스무 살에 등단했다. 정작 등단하고 50년 동안 글을 써오며 내 재능에 의심을 품지 않은 순간은 없다. 문학계에도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이들은 많다. 하지만 모두의 운명이 똑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작품을 계속 써내며 경력을 쌓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엉뚱하게도 통닭집에서 닭을 기름에 튀겨내느라 바쁘다.

어느 분야에서나 숱한 재능들이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은 드물지 않게 겪는 일이다. 알고 보면 신동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다. 하지만 성공한 아티스트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건 재능이 만든 수수께끼고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뉴욕의 목수’로 명성을 얻은 마크 엘리슨은 <완벽에 관하여>에서 재능에 대해 말한다. “‘재능’은 훌륭한 체의 역할을 한다. 어떤 일을 몇 번 시도해본 결과 계속 노력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하는 도구다.”

나는 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여러 문화센터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만난 이들에게서 “타고난 재능이란 게 있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다른 곳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바로 재능”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재능이란 그것을 미칠 만큼 좋아하는 것, 내면에서 쉼 없이 타오르는 불꽃 열정, 실패를 겪고도 다시 꿋꿋하게 시도하는 걸 반복하는 것이다.

남보다 더 연습하고 겸손해야

다시 엘리슨은 말한다. “자애로운 부모의 양육, 엄격한 연습, 지혜로운 교사의 가르침, 불가능에 가까운 냉철한 겸손이라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아무리 특별한 재능도 자산보다는 오히려 부채가 될 확률이 높다.” 타고난 재능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무엇이든 간에 남들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꾸준한 노력과 집중력, 근성을 발휘하여 마침내 인정받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재능은 영구불변인 채로 우리 안에 고착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에 더 가깝다. 그 생물의 성장 속도는 오직 당신 하기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어린 예술가가 살지만 그 예술가가 불꽃 열정을 먹고 자란다는 걸 알고 실행에 옮기는 재능만이 성공한다.

어떤 재능을 가졌든지 당신이 성공 신화를 써나가는 원동력은 타고난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라. 당신이 타고난 재능에 안주하는 순간 당신의 서사는 막을 내린다. 타고난 재능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것을, 그리고 그 재능은 금세 휘발하고 사라지는 것임을 되새겨라. 어떤 경우에도 당신의 처지나 환경 탓을 하지 말고, 나태와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두려워하라. 집중력을 갖고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라. 단 한 순간도 근성을 잃지 말라. 무엇보다도 첫 마음으로 품었던 성실성과 겸손을 잊지 말라. 그러면 나는 당신의 재능을 금세 알아보고 당신의 성공을 응원할 것이다.

가수 김호중이 제 죄를 씻어내고 수감생활을 끝낸 뒤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걸 보고 싶다. 젊은 거장 임윤찬의 쇼팽 연주를 계속 사랑하고 아끼며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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