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매기 "세계 곳곳이 우리 캠퍼스…韓에 '갈등해결연구소' 설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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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세계 최고 혁신대학' 미네르바大 마이크 매기 총장
글로벌 7개 도시 캠퍼스로 활용
도쿄 등에 지역특화 거점 마련
"한국이 갈등연구의 최적 장소
지속가능 사회 해법 모색할 것"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 총장은 지난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을 세계 ‘갈등 해결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설립된 미네르바대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힌다. 2023년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은 2000만달러를 기부하며 “이 대학 졸업생은 대학 교육에서 보기 드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오프라인 캠퍼스 없이 세계 7개 도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를 옮겨 다니며 각 도시 전체를 자신들의 캠퍼스로 활용한다. 매기 총장은 “100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그룹을 구성하고,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이들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네르바대는 2019년 일본 도쿄에 ‘마사손재단 AI(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지역 특화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 비영리 재단으로부터 5000만달러 투자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델을 추진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글로벌 외교 센터(GDS·Global Diplomacy for Sustainability)’를 먼저 설립하고, 그 산하에 갈등해결연구소를 두겠다는 계획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 기업 및 지자체 등과 논의하고 있다. 매기 총장은 “경험 많은 외교관을 한자리에 모으고, 미네르바대 학생과 함께 세계 각국의 다양한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매기 총장은 “미네르바대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국과 대만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환경이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갈등해결연구소가 다루는 갈등의 영역이 외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미·중 무역분쟁부터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 환경 문제와 인구 감소까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갈등 해결 능력은 필수적이다. 미네르바대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적인 대학이기도 하다. 학생의 12%가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다. 선박용 탄소 포집 장비를 생산하는 시바운드(Seabound)는 미네르바대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다. 매기 총장은 “탄소 포집 장비를 설계하려면 물리학을, 선박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역학을, 시장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환경 규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학과의 장벽을 뛰어넘어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 한국의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매기 총장은 “글로벌 외교 센터를 거점으로 전 세계 인재들이 한국으로 모이고, 그 인재풀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