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가격 엄청 올리더니…"그 돈이면 에르메스 산다" 변심에 흔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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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87회
명품시장 위축에 샤넬 이익 '뚝'
가격 인상 정책 유지할까
최근 AFP·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해 매출액이 187억 달러(26조1000억원)로 전년(2023년)보다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5억달러(6조3억원)로 무려 30% 줄었다. 순이익은 28% 감소한 34억 달러(4조7000억원)다. 샤넬의 연간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장 문을 닫았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92억달러(12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7.1% 줄면서 전체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 중국 쇼핑객들이 고가 제품 구매가 줄어 명품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이다. 가방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급격히 인상한 게 실적 부진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나 네어 샤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이 일부 시장의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에서도 매년 가격이 올라 지난해에도 주요 인기 가방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클래식 플랩백의 경우 미디움은 1450만원에서 1557만원으로 7.38%, 라지는 1570만원에서 1678만원으로 6.88% 올랐다. 클래식 플랩백은 샤넬 제품 중에서도 인기가 높아 국내 시장에선 1인당 1년에 한 점씩만 구매할 수 있다.
샤넬 측은 필립 블롱디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을 통해 가격 인상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나 소비자들 반응은 정반대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샤넬 가격이 소비자들이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인다”며 “2000만원 가까이 줘야 샤넬 백을 살 수 있다면 보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해줘야 하는데, 이 섹터에선 하이엔드급 경쟁사 제품이 더욱 시장 장악력이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51)도 “이미 중산층 소비자들이 샤넬을 많이 구입해서 샤넬이 이런 이미지로 고소득층 고객을 공략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이 가격이라면 샤넬 대신 에르메스를 택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같은 수요 감소에도 당장 샤넬이 가격 인하 카드를 고민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 본사에선 샤넬백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물가와 유로화 환율을 기준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샤넬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가격 정책을 취해왔다. 실제 국내 시장에선 올해도 추가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엔 주요 주얼리 라인 제품가격을 10%가량 인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엔 일명 ‘코코핸들 백’ 등 일부 가방 가격을 평균 2.5% 인상했다.
유로화 환율이 오르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샤넬의 가격 조화(Harmonization) 정책이 있어서다. 샤넬 본사는 글로벌 가격 조화 정책에 따라 유로화 적용 지역과 타 지역의 가격 격차를 프랑스 현지와 7~10% 격차에 맞춰 지속적으로 가격을 조정해왔다.
샤넬이 인상에 나선다 해도 한창 명품시장 호황기처럼 한 해에 수차례 올리는 것처럼 가파른 가격 변동 폭을 가져가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난해 샤넬은 패션 부문 인상폭을 3%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 수요 감소를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샤넬 측은 올해도 물가 상승률 수준에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