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화학, 담수사업 판다‥매각 가격 1조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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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담수사업…LG화학, 1兆에 판다
글랜우드PE 우선협상자로
경영 불확실성에 현금 확보
글랜우드PE 우선협상자로
경영 불확실성에 현금 확보
LG화학이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정화하는 RO멤브레인(역삼투막) 필터를 생산하는 워터솔루션 사업 부문을 매각한다. 일본 도레이케미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는 사업으로 매각가가 1조원을 넘는다.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중 관세 전쟁으로 온갖 불확실성이 커지자 현금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글랜우드PE가 신설회사를 설립한 뒤 LG화학 사업 부문의 인력과 자산, 특허 등을 이전받는 사업 양수·양도 방식이 예상된다.
지난해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부문에서 매출 25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650억원을 거뒀다. 이 사업 부문의 핵심 제품은 RO멤브레인이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해 특허와 기술력, 인력을 확보한 뒤 청주공장에 양산 시설을 구축해 글로벌 2위 사업 부문으로 키웠다. 글랜우드PE는 인수 직후 약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고, 회사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글랜우드PE는 대기업 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인수하는 ‘카브아웃’ 거래에 특화한 토종 PEF다. 지난해 LG그룹 수처리 자회사가 전신인 테크로스를 인수했고, LG화학 진단 사업 부문을 인수해 인연을 쌓았다. LG그룹은 글랜우드PE가 인수한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임직원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방파제' 쌓는 구광모…LG그룹 리밸런싱 속도
LG화학, 담수사업 1조 매각
![[단독] LG화학, 담수사업 판다‥매각 가격 1조 넘을 듯](http://img.www5s.shop/photo/202504/AA.40310884.1.jpg)
◇ 알짜 팔아 선제적 현금 확보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은 바닷물에서 염분과 오염물질을 제거해 공업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RO멤브레인(역삼투막) 필터를 제작한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21%로 일본 도레이케미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LG화학은 2014년 연구소 기업인 미국 나노H2O를 인수하면서 해수담수화와 관련한 특허와 기술, 인력 등을 확보한 이후 2015년 청주공장에 설비를 세워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내 사업부에 소속돼 있다.![[단독] LG화학, 담수사업 판다‥매각 가격 1조 넘을 듯](http://img.www5s.shop/photo/202504/AA.40310889.1.jpg)
2023년 LG화학은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청주 3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본업인 석유화학 분야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데 역량을 최우선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수년째 진행 중인 석유화학(NCC) 사업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 LG그룹도 리밸런싱 본격화 조짐
LG화학이 사업 매각을 결정하자 대기업 사업 부문 인수에 특화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이 전신인 테크로스를 인수해 수처리 산업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온 글랜우드PE는 담수화시장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해외 각지의 수처리 기업에서 RO필터 주문이 밀려드는 만큼 글랜우드PE는 전 직원 고용보장은 물론 예정된 3공장 외 2000억원을 곧바로 추가 투입해 회사를 한 단계 키우기로 했다. LG그룹도 글랜우드PE의 밸류업 계획에 가장 큰 가점을 주고 사실상 독점 협상권을 부여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진단사업 부문 매각 때도 글랜우드PE와 호흡을 맞췄다.재계에선 SK그룹에서 시작된 리밸런싱 기조가 LG그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각 계열사도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외에도 몸값이 5000억원대로 평가되는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분리막 사업 투자 유치 등 추가적인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을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중단하고 매각 등 회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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