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환자가 겪는 '코끼리 다리'…림프부종 예방 수술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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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를 만나다
김대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소·자궁암 수술 후
림프절까지 없애면
림프액 순환 막혀
다리 퉁퉁 붓게 돼
암 수술하는 동시에
림프관과 정맥 이어
림프액 순환 도와
코끼리 다리 예방
부인암 수술 집도
연간 1000여건
국내 최다 기록 보유
오케스트라식 진료
서울아산병원 난소·자궁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대연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이런 환자를 위해 암 수술을 할 때 림프부종 예방 수술을 함께하는 시스템을 2022년 구축했다. 림프액이 흐르는 림프관과 주변 정맥을 이어줘 림프액 순환을 돕는 림프절·정맥문합술을 동시에 시행한다.
암 수술만 할 때보다 수술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다른 진료과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김 교수는 “항암, 수술 등 한 분야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진료를 모두 시행하는 오케스트라 같은 진료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암과 절개·침습수술 모두 책임져
암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전문 영역은 점차 분업화하는 추세다. 항암제 치료는 주로 종양내과 의사가 담당한다. 외과는 상처 부위를 크게 여는 절개 수술을 맡는 의사와 내시경, 로봇 등을 주로 활용해 최소침습수술을 하는 의사로 나뉘어 있다. 김 교수는 난소·자궁암센터 의료진과 이런 진료를 모두 함께 책임지고 있다.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전문 의료진이 힘을 합쳐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는다. 그는 “난소암 환자는 자궁경부암을 함께 앓는 사례도 많고 수술 후 재발해 방사선·항암치료가 추가로 필요한 환자도 흔하다”며 “특정 치료만 담당해선 이런 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없다”고 했다. 여러 진료 분야를 함께 책임져야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로봇 수술 3000건 돌파
치료 성적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병원 난소·자궁암센터는 2023년 로봇수술 3000건을 달성했다. 로봇수술기기 회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서울아산병원을 부인암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했다. 세계 의사들의 수술 교육을 맡긴 것이다.로봇, 복강경 수술은 주로 초기암 환자 치료에 활용된다. 암이 다소 진행된 뒤 발견된 환자에게는 암 크기를 줄여 치료 성적을 높이는 최대종양감축술, 항암제를 고온으로 데워 복강에 남아있는 암을 없애는 온열항암화학요법(하이펙) 등을 적극 시행한다. 김 교수는 “하이펙은 미세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어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인암에 걸려도 가임력은 유지하길 원하는 여성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를 고려해 난소암 초기 환자에겐 암이 생긴 한쪽 난소만 없애 자궁과 건강한 다른 쪽 난소는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자궁내막암 환자에겐 자궁을 도려내는 대신 약물로 암을 최대한 없애는 치료를 많이 한다. 김 교수는 2021년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수술 대신 장기 약물 치료를 한 결과를 모아 미국부인종양학회지에 발표했다. 1년간 약물 치료에도 암이 남아있던 환자 51명에게 5개월간 추가 치료를 했더니 37명(73%)은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암이 일부 없어진 환자도 13명(25%)이었다. 이 중 9명은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 덕에 임신까지 성공했다. 암 환자에게 임신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임신 성공의 기쁨을 선물한 것이다.
◇“웃음도 치료에 도움”
암 수술을 할 때 림프부종 예방 수술을 함께하는 것도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안했다. 림프부종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와 함께 암 환자가 치료 이전과 같은 삶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림프절을 불필요하게 많이 잘라내는 것을 줄이기 위해 자궁내막암 환자를 대상으로 ‘감시림프절 탐색법’을 도입했다. 형광 물질 등을 활용해 암 전이 여부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이다.난소암과 자궁내막암 등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한 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환자가 세상을 떠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매일 수많은 암 환자를 마주하지만 김 교수는 자신도, 환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고민을 최대한 들어주고 항암 치료로 우울해하는 환자에게 “항암 치료로 살이 빠지니 미모가 살아나네요”라는 인사를 건네며 잠시나마 웃음 짓게 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많이 웃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몸속 불필요한 지방이 많으면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그는 “난소·자궁암 유전인자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암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폐경 이후 생리할 때처럼 피가 나온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지현 기자
■ 약력
▷1993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03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2020년~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 소장
▷2024년~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