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40여분간 회동

최태원, SK 주최 美 행사서
"인센티브 지켜본 뒤 투자 결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22일(현지시간)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미국 워싱턴DC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5’ 행사에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분야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 한 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미 ‘아웃리치’(외부 소통) 활동을 벌인 최 회장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TPD 2025에선 SK그룹 회장으로서 현지 인사들과 친분을 다졌다.

그는 21일 개회사와 22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미·일 3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특히 제조업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현재 AI 활용은 금융 및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으나 앞으로는 제조업 AI 분야에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최 회장은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기술 등을 결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1일 특파원들과 만나 “대미 투자를 검토하겠지만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어느 기업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얼마를 하겠다’고 얘기하지 않고,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만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같이 해서 서로 좋은 것을 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며 “(한국이) 이제 단순히 상품 수출만으로 계속 먹고 살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힌 만큼 같이 활동해서 서로 시너지를 얻는 빅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국도 트렌드 파도에 잘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건비가 높아 불리한 점이 있다는 지적엔 “AI 분야 등은 다른 곳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훨씬 좋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서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이 폐지될 우려에 대해 “무조건 준다, 안 준다 이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다시 검토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날 최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선봉장’으로 꼽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워싱턴DC 모처에서 40여 분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재계 인사들에게 대미 투자를 강조하며 “(기업마다)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내면 익스프레스(express·급행)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