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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예술단이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흉흉한 소문, 실제로 알아보니

[팩트 체크]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통폐합 說
과연 사실일까
'지젤'을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한경DB
요즘 문화예술계에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현대무용단·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지방 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립발레단은 세종, 국립오페라단은 대구로 보낸다’는 등 비교적 구체적인 이전 계획까지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이들 예술단체를 통폐합한다는 얘기도 함께 나돌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졸속 통합”이라며 다음달 5일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묻는다는 입장이다.

정말 문체부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소문은 상당 부분 왜곡·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와 국립예술단체, 예술계 관계자들을 취재해 팩트 체크를 했다.

지방 이전 아니라 분원 설립

24일 문체부 관계자는 “5개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분원 설립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내용은 다음달 발표하는 ‘문화 비전 2035’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발레단은 세종, 국립오페라단은 대구 등 각 단체마다 하나의 지역에 분원을 설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19년 청주에 청주관을 설립해 운영 중인 것과 비슷한 ‘확장’ 개념이다.

명목은 지역 문화 발전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문화는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필수재”라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문체부는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분원이 생기면 각 지역의 문화예술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도립극단을 창단한 충청북도의 연극분야 관람권 판매액(5억3000만원)은 전년(1억2000만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서울과 지방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립예술단체들은 ‘국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는 건 서울시민들이었다. 2023년 기준 5개 국립예술단체 공연 중 지방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맥베스'를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 /한경DB
분원 설립은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우려하는 ‘이전’과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문체부는 강조한다. 정부 부처들을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기고, 수도권에 있던 각 공공기관을 전국 각지에 이사 보낸 것과 같은 ‘강제 이주’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체부 관계자는 “원래 있던 조직이나 시설, 인원 등을 각 지역으로 옮기는 계획은 검토해 본적도 없다”며 “분원 파견을 원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검토해 보겠지만, 기본적인 콘셉트는 새로운 조직과 인프라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분원을 설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산 문제, 정국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삽을 뜨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나온 걸까.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간담회 때 얘기한 내용이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계획과 뒤섞여 퍼지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문체부는 서울예술단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5개 국립예술단체와는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예술단은 1985년 정부가 평양예술단과의 경쟁을 위해 만든 단체인데, 이름은 ‘서울’예술단이지만 국립으로 운영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광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여러 근거 법령도 정비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면 통폐합 아닌 업무 효율화”

지난 19일 문체부가 5개 국립예술단체의 이사회를 합치고 통합 사무처를 신설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민주당에서는 즉각 “무리한 통합 추진은 각 단체의 고유한 예술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 역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개별 단체의 단체명과 정체성, 단장 겸 예술감독의 권한을 비롯해 운영 대부분에는 지금과 똑같은 자율성이 보장된다”며 “사무처 및 이사회 운영만 지금과 달라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한경DB
문체부가 설명하는 통합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효율성. 현재 각 단체에서는 예산·인사·노무·회계·홍보 등 업무를 각각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단체의 경우 사무처 직원은 불과 5명 남짓.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모든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통합 사무처를 운영하게 되면 조직 역량과 운영 효율이 크게 뛸 수 있다는 게 문체부의 계산이다.

두 번째는 ‘결재 라인’ 문제다. 현재 각 예술단체에서 단장이나 예술감독들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는 예술적인 지향점을 설정하고 단원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본업 외에 자질구레한 행정 업무에 시달릴 때가 많다. 단장이나 예술감독이 법인 대표로 등록돼 있어, 예술과 관련 없는 사안들도 무조건 이들의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행정 업무 부담이 크다는 예술감독들이 많았다”며 “이사회를 정리하고 법인을 통합하면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비대한 이사진이다. 현재 각 국립예술단체의 이사 수는 최소 다섯 명에서 많게는 20명에 달한다. 그런데 문체부에서는 이사 한 명의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일일이 새로운 후보자를 찾고 인사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이사들을 찾고 인사 검증을 하느라 정책을 기획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립예술단체들은 이번 발표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문체부가 의견 수렴 및 운영 방안 공유를 충실하게 하지 않고, 다소 급하게 사무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은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성에 관해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면적인 통폐합이나 외부 간섭 등 우려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에 대해 잘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www5s.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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