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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영 기자
    성수영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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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주년 맞은 조각 특화전, '조형아트서울' 22일 개막

    국내 유일한 조각 특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PLAS) 2025’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B홀에서 열린다.PLAS는 2015년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올해 참가 갤러리는 86곳. 국내에서는 청작화랑, 금산갤러리, 갤러리가이아, 맥화랑 등이 박래현, 서세옥, 유선태, 청신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대만 독일 미국 프랑스 등 6개국에서 온 해외 갤러리 13곳도 참여한다. 전시 작가는 740여 명, 작품은 3300여 점에 달한다. 조각 중심 아트페어답게 모든 참여 갤러리가 조각 작품을 하나 이상 선보인다.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로운 여정’. PLAS의 상징인 ‘대형 조각 특별전’에는 김성복 권치규 김기민 등 작가 8명이 참여한다. ‘TEN×TEN 대학 조각 특별전’에서는 홍익대 국민대 등 10개 대학 미술대학 교수에게 추천받은 젊은 유망 작가의 200만원 이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일반 입장료 2만원, 청소년 및 대학생 1만5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관람객은 무료.성수영 기자

    2025.05.12 16:35
  •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소녀 노동자.. 자수로 수놓은 '잊힌 여성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하지만 역사책에서 여성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예술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11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자수로 만든 중세 예술품 중 최고로 꼽히는 걸작이자, 영국사(史)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헤이스팅스 전투의 이야기를 담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70m 길이의 이 작품은 수많은 여성의 정교한 손기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작 작품을 만든 여성들의 이름은 어느 곳에도 기록돼있지 않다.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53)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에 나온 대표작 ‘퍼포먼스 다섯 극을 위한 매뉴얼’은 바이외 태피스트리에서 착안해 역사 속 여성들의 노동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장 중앙에 원형으로 매달려 있는 여덟 개의 태피스트리에는 한국 근현대 여성들의 노동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현계옥과 정칠성, 호미를 들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제주 해녀 부춘화 등 3명,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일했던 소녀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수라는 장르와 만나 역사에서 잊힌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름과 기여를 상기시킨다.태피스트리 작품과 주변에 있는 조각 소품들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전시 기간 중 다섯 차례 진행된다. 드럼 연주를 배경으로 공연자들이 태피스트리에 수놓인 이야기와 장면을 토대로 한 춤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식이다. 잊힌 존재들을 몸짓으로 다시 불러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제의(祭儀)와도 같은 이 퍼포먼스는 지난 8일 첫번째 공연에서 관람객들에게 큰 호

    2025.05.12 14:30
  • 외국은 '천재' 극찬하는데…고향은 '패배자 취급' 男 사연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앙리 마티스(1869~1954).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거장이자,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의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거나 작품 이미지를 본 적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전시도 여러 번 열린 적이 있고, 인테리어 상품으로도 인기가 있어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거든요.그런데 사실 이런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괜찮긴 한데, 작품의 뜻은 잘 모르겠다.’ ‘20세기 최고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 화가인지는 몰랐다.’ 좀 더 과격한 의견들도 있습니다.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그냥 인테리어 소품 아닌가?’ ‘색깔이 이상하다.’…. 이런 반응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어떤 작품이든 취향에 안 맞을 수 있고, 싫어하는 것도 각자의 자유니까요. 사실 마티스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은 없습니다.마티스의 고향 마을 사람들이 딱 그랬습니다. 마티스가 세상을 떠난 후 30여년이 흐른 1990년, 한 미술사학자가 마티스가 태어나 자란 프랑스 북부의 시골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티스는 생전에 이미 세계 최고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작가. 하지만 그의 고향에 있는 젊은이들은 마티스의 이름조차 잘 몰랐습니다.생전의 마티스를 기억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노인들은 한술 더 떴습니다. “마티스, 그 멍청이 말이군요. 우리 마을에서 유명한 바보였습니다. 어르신들은 마티스를 ‘세 번 실패한 패배자’라고 불렀어요. 아버지 가게도 물려받지 못했고, 공부에도 실패했고, 화가가 돼서도 실패했으니까요. 어린아이들도 마티스보

    2025.05.10 00:28
  • 드넓은 태평양 '모아나'...그곳의 신비한 조각상을 만나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대만 섬 남쪽 해안가에서 태평양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배 하나에 목숨을 내맡긴 채 망망대해로 나아간 이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괌과 하와이 등 드넓은 바다에 있는 수많은 섬들을 하나하나 개척해 나갔다. 폴리네시아인(人)이란 이름으로 불린 이들에게 바다는 길이었고, 해류와 별과 바람은 길잡이였으며, 땅과 동식물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였다.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나 모아나’는 이들 폴리네시아인들이 오세아니아에서 만들어낸 카누(배), 조각, 석상, 악기 등 독창적인 유물 170여건을 소개하는 전시다. 유물들은 세계 최고 오세아니아 유물 컬렉션을 보유한 프랑스의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에서 빌려왔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에서 오세아니아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전시 제목인 ‘마나 모아나’의 ‘마나’는 폴리네시아인들이 생각하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자 초자연적인 영적 에너지를, ‘모아나’는 거대한 바다를 뜻한다. 전시를 기획한 백승미 학예연구사는 “오세아니아 예술과 유물에 담겨 있는 보이지 않는 힘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설명하는 제목”이라고 말했다.전시장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처음 들어서면 벽면과 바닥에 상영되는 영상을 통해 배를 타고 오세아니아의 낯선 섬에 도착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제법 실감이 난다. 이어 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섬들처럼 곳곳에 배치돼 있는 전시 쇼케이스들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 3월 폐막

    2025.05.07 08:42
  • 겹쳐진 색채로 쌓아낸 삶의 깊이와 은은한 조화

    형태 없이 색(色)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색면(色面) 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자신만의 푸른색을 개발한 이브 클라인에서부터 한국의 단색화가들까지,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장승택(66·사진)도 그 중 하나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여러 색을 층층이 쌓아 그린 ‘겹 회화’로 인기가 높은 작가다.장승택이라는 이름 뒤에는 ‘단색화 2세대’라는 말이 종종 따라붙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때 작품이 단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색이 담겨 있다. 특수 제작한 대형 붓으로 가지런히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찰나가 쌓여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겹쳐 쌓은 색을 통해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작가는 대형 붓을 레일에 걸친 뒤 물감을 묻히고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색을 칠한다. 이를 수십 번 반복하면 색색의 얇은 천을 여러 장 겹친 듯한 느낌의 ‘겹 회화’가 완성된다.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어긋남 없이 여러 색이 가지런히 겹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산이 필요한 작업이다. 색을 여러 번 겹쳤는데도 밑에 깔린 여러 색이 사라지지 않고 하나하나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살아봐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도 직접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화면으로는 여러 겹친 색들의 은은한 조화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거의 푸르른&rsqu

    2025.05.06 17:48
  •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황금연휴 인파 몰린 인상파展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6층. 인상파 특별전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가 열리고 있는 ALT. 1 전시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유럽과 미국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걸작을 감상하러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었다.인상파전은 개막 직후 10만 장 넘는 티켓을 판매하며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때 여의도에 시국 관련 시위가 집중되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폐막을 앞두고 다시 관람 열풍이 거세지며 관객이 하루 수천 명씩 몰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나온 조선희 씨(42)는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제대로 된 인상파 전시를 보니 잠시나마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며 웃었다.포근해진 날씨에 연휴가 이어져 미술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급증하고 있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단적인 예다. 이 전시 관람객은 지난 2일 개막 20일 만에 누적 10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관 개관 이후 하루평균 최다 관람 기록이다. 주말에는 관람객이 하루 7000명을 넘는다. 개관 전 ‘오픈런’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겸재 정선 특별전이 열리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도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아직 전시 초반인데도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한 김환기 전시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미술 전시 열풍이 부는 가장 큰 이유는 전시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인상파전은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폴 세잔 등 대가 39명의 원화 53점을 소개한다. 겸재 정선 특별전에는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정선

    2025.05.06 10:11
  • "아내 죽고 세상 무너졌다"…'비운의 천재'가 잊혀진 이유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잖아요!”“이건 미친 짓이에요, 제발 그만 하세요….”화내는 사람, 우는 사람, 애원하는 사람….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자식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아버지는, 지난날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스스로 하나하나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캔버스를 차례차례 불길에 던져넣으며 아버지는 중얼거렸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내 세상이 무너졌어.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가 자포자기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다 버리는 그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그날 밤 호주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 존 피터 러셀(1858~1930)은 자신이 수십 년간 그려온 그림 400여점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의 친구였고, 앙리 마티스의 스승이었으며,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당신은 언젠가 모네와 르누아르, 반 고흐처럼 위대한 화가로 취급될 것”이라고 말했던 화가 러셀의 그림 대부분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러셀의 삶, 그리고 끝내 그가 버리지 못했던 그림들의 이야기. 금수저 화가“돈 걱정 없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리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상 수없이 많은 화가들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삶을 산 사람이 있습니다. 러셀입니다. 그는 먹고살 걱정 없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행운아, 말하자면 금수저였습니다.러셀은 1858년 호주 시드니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러셀의 아버지는 호주에서 가장 큰 엔지니어링

    2025.05.03 08:28
  • [이 아침의 화가] 욕망·충동을 예술로 승화…알렉스 카버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욕망과 충동을 그대로 표출하면 범죄가 되지만, 이를 작품에 담아 표현하면 예술이 된다. 미국의 작가 알렉스 카버(41)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폭력적인 충동을 그림으로 승화하는 예술가다. 작품의 주요 소재는 고통받는 인간과 타오르는 불길, 고문 기구와 같은 끔찍한 것들이다.미국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쿠퍼 유니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그가 단순히 욕망을 표출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한 건 아니다. 카버는 자신의 작품 속 폭력을 일종의 ‘창조적 파괴’로 본다. 그는 “끔찍하게 처형당한 사람들의 시신을 해부하면서 의학이 발전한 것처럼, 내 작품 속에 묘사된 폭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폭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서울 청담동 화이트큐브에서 열리는 카버의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지옥(불)’ 연작과 ‘풍경(공기)’ 연작 등 신작 10점이 나왔다. 관객들은 불타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본 뒤, 폭력을 극복한 이후 새로운 세계를 그린 듯한 ‘풍경’ 연작을 만나게 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성수영 기자

    2025.05.02 17:40
  • 오대산에서 깨어난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조선 왕조의 역사를 빠짐없이 적은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힌다. 임진왜란과 6·25전쟁 등 수많은 재난과 환란에도 실록 원본이 보존될 수 있었던 건 ‘분산 보관’ 정책 덕분. 조선은 실록 복제본을 여러 부 만들어 전국 각지의 깊은 산속에 보관하고 인근 사찰에 이를 지키도록 했다. 그중 하나가 1606년 강원 평창군 오대산 일대에 들어선 뒤 월정사의 관리를 받아온 오대산 사고(史庫)다.1일 개관하는 강원 평창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오대산이 품었던 <조선왕조실록>(오대산 사고본)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개관식을 하루 앞두고 찾은 박물관에서는 실록 원본을 가까운 거리에서 종이 질감까지 상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오대산 사고본은 현존하는 실록 중 수난을 가장 많이 겪은 판본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이 불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대산 사고본은 수정·띄우기·첨가·삭제 등을 지시하는 교정부호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으로 따지면 수정 사항을 표시한 ‘빨간 펜 자국’까지 남아 있다는 얘기다.원래 실록을 제작할 때는 원고를 교정해 다시 제작한 뒤 교정부호가 남아 있는 초고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임진왜란 이후 물자가 부족해 교정부호가 남아 있는 초고를 그대로 보관한 것 같다”며 “실록의 교정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전시장에서는 오대산 사고에서 실록과 함께 보관하던 의궤

    2025.04.30 17:25
  • "놀랍고 새롭다"…K아트에 열광하는 인도네시아 슈퍼 컬렉터들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백아트 갤러리는 현지 자산가들로 가득 들어찼다. 한국 원로 작가 최상철 화백(79)의 개인전 개막식을 맞아 작가를 직접 만나보려는 미술품 컬렉터들이었다. 이들은 작가에게 “어떤 작품을 할 때 가장 고통스러웠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몰려들면서 최 화백은 수십 번씩 작품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최 작가는 “얼굴이 닳은 것 같다”면서도 “한국의 개막식 행사는 보통 조용한 분위기인데, 이곳 컬렉터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좋다”며 웃었다.급성장하는 인도네시아 미술 시장에서 한국 작가 바람이 불고 있다. 현지 컬렉터층의 급격한 성장과 한국 갤러리의 끊임없는 ‘노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국 작가 작품을 사들이는 ‘슈퍼 리치’도 늘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서도 개막식이 끝나기 전 작품 일부가 판매됐다. ◇“韓 미술, 놀랍고 새롭다”처음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최 화백 작품이 인기였던 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추계예술대 교수로 재직한 최 화백은 한국 화단의 주류 사조와 거리를 두고 오랜 시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개척해왔다.이번 전시에서 주를 이루는 건 ‘무물(無物)’ 연작. 작가의 헛된 욕망이 개입하지 않는 ‘순수한 회화’를 추구하기 위해 물감을 묻힌 조약돌을 굴려 완성한 작품들이다. 열대의 색을 담은 컬러풀한 작품, 자국 역사나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 컬렉터가 이해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2023년 백아트가 인도네시

    2025.04.29 16:55
  • "천한 놈" 폭언에 스스로 눈 찔렀다…'천재'의 비극적 최후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네 이놈! 그림을 그리라면 얼른 그려올 것이지, 왜 소식이 없는고! 어찌 나를 욕보이는가!”조선 영조 시기, 어느 ‘높으신 분’의 집. 조정에서 힘깨나 쓴다는 대감 나리의 고함이 방 안을 쩌렁쩌렁 올렸습니다. 그 앞에 앉은 화가, 최북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감이 화난 이유는, 자신이 그리라고 시킨 그림을 제때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 사실 대감이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최북에게 정식으로 그림을 의뢰한 적이 없었거든요. 뭐 하나 주는 것도 없이, 마치 하인에게 명령하듯이 “언제까지 그림이 필요하니 하나 가져오라”고 툭 말했을 뿐입니다.하지만 질책과 폭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에잉, 쯧쯧... 천한 재주 하나 가지고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구먼.” 최북의 손은 어느새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미천한 환쟁이(화가의 멸칭) 따위가 그럼 그렇지. 됐다. 그림이나 냉큼 그려오너라. 썩 꺼지거라.” 대감이 말을 마치자 최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짓밟힌 그의 눈은 분노로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최북은 순식간에 옆에 있는 날카로운 물건을 잡아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쪽 눈을 힘껏 찔러버렸습니다. 누가 말릴 틈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눈에서 피가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최북은 소리쳤습니다. “세상이 나를 저버리느니, 차라리 내 눈이 나를 저버리게 하겠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 대감은 기겁해 아예 방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그는 왜 이

    2025.04.26 08:23
  • [이 아침의 작가] '멸종위기종' 종이책, 빛으로 밝힌 작가

    강애란 작가(65·이화여대 서양화과 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책’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에게 책은 인류의 역사와 지성을 담은 귀중한 저장소이자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 그래서 강 작가는 책 모양의 정교한 플라스틱 박스 안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밝힌 ‘라이팅 북(lighting book)’ 연작을 만든다. 책이 단순히 ‘한물 간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인류의 빛나는 기억들을 품은 보석 같은 존재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다.서울 와룡동 수림큐브에서 유아트랩서울 주최로 열리는 강 작가의 개인전 ‘사유하는 책, 빛의 서재’는 그가 걸어온 길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을 모두 사용해 40년 예술세계를 총망라했다.지하 1층에는 1980~1990년대 작품 ‘보따리’ 시리즈 등 초기작이 나와 있다. 1층에는 대표작인 라이팅 북 시리즈와 가상현실(VR) 작품이 함께 나왔고, 2층으로 올라가면 한지와 LED를 통해 동서양의 매력을 모두 품은 라이팅 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3층에는 강 작가가 나혜석, 김일엽, 최승희 등 한국 근현대사를 수놓은 여성들의 삶을 라이팅 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있다. “책이라는 매체에 축적된 기억과 시간, 여성적 감수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게 작가 설명이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성수영 기자

    2025.04.22 18:02
  • 신진 작가들에 쏠린 이목…화랑미술제 관람객 역대 최다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했다는 아트바젤과 UBS의 최근 보고서는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불황을 겪던 미술시장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더욱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희망적인 수치들도 있었다. 지난해 미술품을 구입한 사람 중 44%가 생전 처음으로 작품을 산 ‘첫 구매자’였고, 소규모 작품 딜러(연매출 25만달러 미만)의 평균 매출은 2년 연속 17% 증가했다는 것. 미술시장에 새로운 고객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중저가 시장은 오히려 전보다 활발해졌다는 의미다.지난 16~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사진)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첫날 개막 전부터 행사장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등 총 6만 명이 화랑미술제를 찾았다. 역대 최다 방문객이었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늘었다”며 “아트페어를 단순한 미술 장터가 아니라 ‘문화 축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판매 실적도 기대를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날부터 전시장 곳곳에서 작품이 판매됐다는 표시인 ‘빨간 스티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고재의 박광수, 갤러리조은의 백윤조, 갤러리 반디트라소의 윤위동 등 젊은 작가들이 특히 인기였다. 갤러리나우의 고상우, 리안갤러리의 김근태, 갤러리그림손의 채성필 등 중견 작가의 작품 판매도 이어졌다.고가 작품 판매는 평소보다 부진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불황에도 갤러리현대의 이강소, 국제갤러리의 하종현, 표갤러리의 이우환 등 국내 미술시장을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은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화랑미술제에 참여한 한 갤러

    2025.04.21 17:15
  • 무관심 속에 피운 꽃...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초현실주의'

    현대미술은 잘 몰라도 초현실주의는 좋다는 사람이 많다.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꾸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하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작품(기억의 지속) 속 녹아 흐르는 회중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 차이에서 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초현실주의의 인기를 만들었다.근현대 한국에도 매력적인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다.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은 이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세기 한국미술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해 재조명하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환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한국 미술사 연구가 추상미술과 민중미술에 집중되면서 방계인 초현실주의는 잘 알려지지 못했다”며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조명하기 위해 지난 7년간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전시 1부는 이중섭, 천경자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박 학예사는 “아이들과 여인 등을 그린 이중섭의 그림도 환상적인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한 그림이 많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와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4부에서는 김욱규·김종남·김종하·신영헌·김영환·박광호 등 작가 여섯 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고통 속에서

    2025.04.21 16:49
  • 신진 작가에 '관심 집중'...화랑미술제, 역대 최다 관람객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했다는 아트바젤과 UBS의 최근 보고서는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불황을 겪던 미술시장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더욱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희망적인 숫자들도 있었다. 지난해 미술품을 구입한 사람 중 44%가 생전 처음으로 작품을 산 ‘첫 구매자’였고, 소규모 작품 딜러(연매출 25만달러 미만)의 평균 매출은 2년 연속 17% 증가했다는 것. 미술시장에 계속 새로운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고, 중저가 시장은 오히려 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는 의미다.지난 16~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첫날 개막 전부터 행사장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등 총 6만명이 화랑미술제를 찾았다. 역대 최다 방문객 수였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특히 늘었다”며 “아트페어를 단순한 미술 장터가 아니라 ‘문화 축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판매 실적도 기대를 웃돌았다는 평가다. 첫날부터 전시장 곳곳에서 작품이 판매됐다는 표시인 ‘빨간 스티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고재의 박광수, 갤러리조은의 백윤조, 갤러리 반디트라소의 윤위동 등 젊은 작가들이 특히 인기였다. 갤러리나우의 고상우, 리안갤러리의 김근태, 갤러리그림손의 채성필 등 중견 작가들의 작품 판매도 이어졌다.고가 작품 판매는 평소보다 부진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불황에도 불구하고 갤러리현대의 이강소, 국제갤러리의 하종현, 표갤러리의 이우환 등 국내 미술시장을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은 새 주인을

    2025.04.21 14:51
  • "죽어도 좋아, 난 꼭 유명해질 거야"…26살에 요절한 천재 소녀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너는 말이다. 한 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 것 없는 호승심에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의 주인공은 시험 합격을 위해 이렇게 스스로 다짐합니다. 꽤 독하죠. 이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수험생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독한 쓴소리를 하며 의지를 다지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출신의 다재다능한 학생 마리 바쉬키르체프도 그랬습니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났어. … 나는 반드시 유명해질 거고, 그렇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 1875년 12월 4일, 열일곱살의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하지만 마리는 다른 대부분의 젊은이와 달랐습니다. 실제로 불과 스물여섯 살에 요절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그녀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마리가 남긴 진솔한 일기가 유럽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 계기였습니다. 영국의 총리 윌리엄 글래드스톤, 세계적인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프랑스의 소설가 옥타브 미르보…. 수많은 명사와 예술인들이 마리의 일기에 울고 웃었고, 그녀가 남긴 작품을 되돌아보며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간절히 명성을 꿈꿨

    2025.04.19 08:20
  • 색채로 쌓아낸 삶의 깊이...장승택 개인전 '거의 푸르른'

    형태 없이 색(色)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색면(色面) 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자신만의 푸른색을 개발한 이브 클라인에서부터 한국의 단색화가들까지,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장승택(66·사진)도 그 중 하나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여러 색을 층층이 쌓아 그린 ‘겹 회화’로 인기가 높은 작가다.장승택이라는 이름 뒤에는 ‘단색화 2세대’라는 말이 종종 따라붙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때 작품이 단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색이 담겨 있다. 특수 제작한 대형 붓으로 가지런히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찰나가 쌓여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겹쳐 쌓은 색을 통해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살아봐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도 직접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화면으로는 여러 겹친 색들의 은은한 조화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거의 푸르른’은 장승택의 작품 여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4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그의 신작 20여점이 걸려 있다. 전시 제목처럼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멸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그런 우울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투명 플라스틱 위에 그렸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에 그려낸 색채들이

    2025.04.16 09:13
  • 안중근의 붓글씨, 한용운의 詩…경매로 나온다

    만해 한용운의 대작 병풍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사진)’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이 4월 경매에 대거 나온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유물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3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132점(약 110억원 규모)이 나오는 이번 경매의 대표작은 만해가 10폭 병풍에 시를 쓴 ‘심우송’이다. 불교 수행 과정을 소재로 삼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 시에는 만해 특유의 개성 넘치는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추정가는 15억원 이상이다.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안 의사의 유묵 녹죽(추정가 3억~6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녹죽은 푸른 대나무라는 뜻으로,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가 글씨에 녹아 있다. 저항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000만~2000만원)도 출품됐다.좀처럼 경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기록들도 나온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5000만~1억원)은 일제와 맺은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을 담은 문서들이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속기록이다. 미술품 중에서는 박수근의 1963년작 ‘목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 인기 작가 이배의 회화 ‘불로부터’ 등 굵직한 몇 작품이 나온다.경쟁사인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경매를 연다. 서울옥션과 대조적으로 미술품에 집중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110점(약 104억원 규모). 일본 작가 로카쿠 아

    2025.04.14 17:27
  • 윤동주 순국 80주기...'새로운 길'에서 살아갈 용기를 찾다

    서울 오장동 디휘테갤러리에서 광복 80주년과 시인 윤동주의 순국 80주기를 기념하는 단체전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김정배, 김태철, 송필용, 신철, 윤영화, 이용석, 이태량, 임진성, 조병완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9인의 작품 20점이 나온 전시다.전시 제목인 '새로운 길'은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시다. 해당 시에는 고난 속에서도 신념과 예술에 대한 의지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갤러리는 “윤동주 시인의 서정적 다짐을 그림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성수영 기자 [email protected]

    2025.04.14 08:39
  • 안중근의 '푸른 대나무', 한용운의 대작 병풍 경매 나온다

    만해 한용운의 대작 병풍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緑竹)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이 4월 경매에 대거 나온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유물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3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132점(약 110억원 규모)이 나오는 이번 경매의 대표작은 만해가 10폭 병풍에 시를 쓴 ‘심우송’이다. 불교 수행 과정을 소재로 삼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 시에는 만해 특유의 개성 넘치는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추정가는 15억원 이상이다.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 공개되는 안 의사의 유묵 녹죽(추정가 3억~6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녹죽은 푸른 대나무라는 뜻으로,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가 글씨에 녹아 있다. 저항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000만~2000만원)도 출품됐다.좀처럼 경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기록들도 나온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5000만~1억원)은 일제와 맺은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을 담은 문서들이다. 반면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속기록이다. 미술품 중에서는 박수근의 1963년작 ‘목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 인기 작가 이배의 회화 ‘불로부터’ 등 굵직한 작품들이 몇 나온다.경쟁사인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경매를 연다. 서울옥션과 대조적으로 미술품에 집중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작품 수는 110점(약 104

    2025.04.14 08:39
  • [이 아침의 작가] 풀과 낙엽·꽃잎으로 빚은 '자연국가'

    실력만 있다면 미술 세계에서 국적은 중요치 않다. 최재은 작가(72·사진)가 단적인 예다. 한국 출신인 그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에 일본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2016년에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청받기도 했다.지금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2,3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연국가’는 최재은이 어떤 작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시다. 3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병풍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그 안에 작가가 숲을 산책하며 수집하고 말린 풀과 꽃잎들이 들어있다. DMZ의 생태계와 관련된 설치 작품과 드로잉들도 함께 나와 있다.2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2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회화 작품들에는 낙엽과 꽃잎 등을 재료로 직접 만든 안료가 칠해져 있다. 가운데 적혀 있는 ‘Sarrr’(사르르), ‘Huuuu’(후우우) 등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소리 등을 음차한 것이다. ‘나무’를 주제로 한 2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쓴 시와 함께 흑백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작가는 “자연은 인간이 필요 없지만 인간에겐 자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성수영 기자

    2025.04.13 18:27
  • "병역 기피로 사형 선고"…산속으로 들어간 남자의 최후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그 남자는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였습니다. 죄명은 병역 기피. 조국을 버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외국으로 도망간 남자는 ‘도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국적도 없는 무(無)국적자 신세였던 남자는 어떤 나라의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남자는 산에 올랐고,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인기인이자, 많은 돈을 버는 유명 인사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반가워했습니다. 남자를 가엾게 여기고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운명의 장난으로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했던, 19세기 최고 인기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1858~1899)의 짧은 삶과 그의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 수용소에 들어가다세간티니는 1858년 알프스 산기슭의 작은 마을 아르코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어도, 핏줄도, 쓰는 말도 이탈리아였지만 그의 국적은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였습니다. 지금 이탈리아 북부에 속한 이 지역은 그때까지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 어쩌면 세간티니의 비극이 시작된 건 여기서부터였을지도 모릅니다.세간티니의 운명은 잔혹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보따리장수였습니다.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어머니의 건강은 좋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세간티니가 태어난 해 어린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는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됐습니다. 세간티니는 우울증에 빠진 어머니와 함께 초라한 집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

    2025.04.12 00:00
  • 이우환·박대성…오사카서 만나는 韓 거장들

    “혹시 여기서 이우환 선생님 작품 전시가 열리나요? 제가 팬이라서요.”요즘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행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 너머로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모여든 일본인들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한국미술 전시 ‘타임리스 헤리티지’(한국미술전)를 기획한 김미라 예술감독은 “한국미술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지금 오사카는 13일 개막을 앞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로 분주하다. 엑스포 기간에 맞춰 수많은 전시가 동시에 개막을 준비 중이라 “일본 전시업체가 지금 오사카에 다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미술전은 현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전시 중 하나다.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자랑하고 싶은 자국의 문물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엑스포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전을 야심 차게 준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적기라고 본다”고 했다.한·일 미술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9).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김 감독은 “이우환은 여백의 미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미술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 미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2025.04.09 16:50
  • “이우환 선생 작품 있나요?”...오사카 사람들이 주목한 한국미술전

    “혹시 여기서 이우환 선생님 작품 전시가 열리나요? 제가 팬이라서요.”요즘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행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 너머로 보이는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모여든 일본인들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한국미술 전시 ‘타임리스 헤리티지’(한국미술전)를 기획한 김미라 예술감독은 “한국 미술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지금 오사카는 13일 개막을 앞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로 분주하다. 엑스포 기간에 맞춰 수많은 전시가 동시에 개막을 준비중이라 “일본의 전시 업체가 지금 오사카에 다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한국미술전은 현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시 중 하나다.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자랑하고 싶은 자국의 문물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엑스포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전을 야심차게 준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적기라고 본다”고 했다.한·일 미술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9).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김 감독은 “이우환은 여백의 미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미술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 미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

    2025.04.09 14:41
  • '큰손' 中 빠지고 美관세 덮치고…터널 갇힌 글로벌 미술시장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미술시장은 15% 쪼그라들었다. 2023년 나홀로 성장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을 떠받치던 중국 미술시장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급격하게 위축된 여파다. 시장 위축으로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자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채무자에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미술품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고꾸라진 中, 세계 시장 끌어내렸다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8일 발표한 ‘글로벌 아트 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575억달러(약 84조5000억원)였다. 전년도(-4%)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 681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위축된 것은 중국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중국 미술품 거래액은 84억달러(약 12조3200억원)로 전년 대비 31% 급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다른 나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홀로 9%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을 떠받친 것과 대조적이다. 2023년 2위에 올랐던 글로벌 미술시장 점유율은 영국에 다시 역전당했다. 아트바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한국도 중국 시장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컬렉터 전반의 소

    2025.04.08 17:59
  • "바닥 밑에 지하실" 공포 확산…중국이 전세계 끌어내렸다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나홀로 성장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떠받쳤던 중국 미술시장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든 여파다.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자 채무자에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미술품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꾸라진 中, 세계 시장 끌어내렸다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8일 발표한 ‘글로벌 아트 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575억달러(약 84조5000억원)였다. 전년도(-4%)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중국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중국 미술품 거래액은 84억달러(약 12조3200억원)로 전년 대비 31% 추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다른 나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홀로 9%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 경기를 떠받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년도 2위에 올랐던 글로벌 미술시장 점유율도 영국에 다시 역전당했다. 아트바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한국도 중국 시장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컬렉터 전반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한때 1조원대를 터치했던 한국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5% 급감한 8000억원대에 그쳤다. 반면 미국(-9%)

    2025.04.08 15:24
  • 바람에 깃든 조선의 풍류…추사와 단원의 '부채 그림'

    에어컨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하기 전 옛사람들은 부채에 의지해 여름철을 견뎌냈다. 바람으로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부채의 쓸모는 많았다.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양산, 잠시나마 비를 가리는 우산, 얼굴을 가리고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부채에 팔덕선(八德扇·여덟 가지 덕을 가진 부채)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소중히 여겼고, 글과 그림을 그려넣어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려 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9일 열리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은 이렇게 옛사람들이 부채에 그려넣은 선면(扇面) 서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에 공개되는 55점 중 23점은 대중과 최초로 만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선우풍월은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뜻으로, 부채를 의미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부채는 실용적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일 뿐만 아니라 글씨와 그림을 넣어 소유자의 품위와 위상을 드러내는 미술품이었다”며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연 건 1977년 이후 4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전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단원 김홍도(1745~1806)다. 추사의 작품 ‘지란병분’(芝蘭竝盆·사진)은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이다. 추사는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고 적었지만 울퉁불퉁한 영지버섯과 날렵한 난꽃에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 있는 수작이다. 최완수 미술사학자는 “영지와 난꽃을 각각 둘씩 좌우에 배치해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단원이 46세 때 그린 작품 ‘기려원

    2025.04.07 17:10
  • 바람에도 멋이 있다...김홍도와 김정희의 '부채 그림'

    에어컨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하기 전, 옛 사람들은 부채에 의지해 여름철을 견뎌냈다. 바람으로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부채의 쓸모는 많았다.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양산, 잠시나마 비를 가리는 우산, 얼굴을 가리고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부채에 팔덕선(八德扇·여덟 가지 덕을 가진 부채)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소중히 여겼고, 글과 그림을 그려넣어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려 했다.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오는 9일 개막하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은 이렇게 옛 사람들이 부채에 그려넣은 선면(扇面) 서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에 공개된 55점 중 23점은 최초로 대중과 만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선우풍월은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뜻으로, 부채를 의미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부채는 실용적인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일 뿐만 아니라 글씨와 그림을 넣어 소유자의 품위와 위상을 드러내는 미술품이었다”며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연 건 1977년 이후 4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전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단원 김홍도(1745~1806)다. 추사의 작품 ‘지란병분(芝蘭竝盆)’은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이다. 추사는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고 적었지만, 울퉁불퉁한 영지버섯과 날렵한 난꽃에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 있는 수작이다. 최완수 미술사학자는 “영지와 난꽃을 각각 둘씩 좌우에 배치해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단원이 46세

    2025.04.07 15:06
  • 그림으로 자수성가...조선의 '국민화가' 겸재 정선을 만나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가장 아름다운 산.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금강산은 그런 이상향의 장소였다. 하지만 금강산 여행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시간과 체력이 절대적이었다. 한양(서울)을 출발해 금강산과 인근 명승지를 둘러보려면 최소 한 달이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여행 경비였다. 그럼에도 선비들은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재산을 털어 금강산으로 향하고 또 향했다. 그렇게 금강산을 다녀온 선비들도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금강산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겸재의 작품을 감상하는 게 더 낫다.”겸재가 남긴 수많은 금강산 진경산수화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식으로 묘사한다. 그만큼 겸재가 금강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잘 잡아내 탁월한 실력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다.국민 화가, 조선의 화성(畵聖·그림의 성자), 조선 회화의 전성기 18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인왕제색도’를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이렇듯 겸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작품은 교과서와 1000원권 지폐 등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수묵 풍경화 외에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지금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은 우리가 몰랐던 겸재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삼성문화재단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한 전시다. 리움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등 유수의 박물관 19곳에서 작품을 빌려온 덕분에 국보·보

    2025.04.03 18:10
  • 달항아리와 마릴린 먼로의 만남...'더블 팝아트' 김중식 개인전

    캔버스에 두개의 이미지를 중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더블 팝아트 작가’ 김중식이 기획전을 연다. 오는 18일 서울 신논현역에 문을 여는 ‘갤러리 카페 아트플러스’에서다.김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다.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리모주 국립미술학교와 파리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1985년부터 전업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프랑스 재불작가협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회원, 버즐국제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했다.김 작가는 두 개의 이미지를 겹치는 독특한 기법을 쓴다. 우리의 전통적 미감과 정서가 담긴 조선 백자와 달 항아리를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 명배우, 명화 속 인물 등을 이중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물과 인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을 아우르는 조화를 꾀한다.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겹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작가는 “ 무명의 도공이 빚어낸 달 항아리는 우리의 혼이 깃든 순수한 존재이자, 강한 생명력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우주와도 같다”며 “각양각색의 세상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그 포용성 때문에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아트플러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4월 18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아트플러스 관계자는 "김중식 작가의 작품은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하시길 바란다"고

    2025.04.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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