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인상파 展', '론 뮤익 개인展' 등
대형전시 찾는 관람객 줄이어
가성비 여가로 예술전시 각광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인상파 특별전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가 열리고 있는 ALT. 1 전시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5월 ‘황금 연휴’를 맞아 유럽과 미국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걸작을 감상하러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었다.
인상파전은 개막 직후 10만장 넘는 티켓을 판매하며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때 여의도에 시국 관련 시위가 집중되면서 관람객 발길이 잠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폐막을 앞두고 다시 관람 열풍이 거세지며 관객이 하루 수천 명씩 몰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나온 조선희 씨(42)는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제대로 된 인상파 전시를 보니 잠시나마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포근해진 날씨에 연휴가 겹치면서 미술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급증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단적인 예다. 이 전시 관람객은 지난 2일 개막 20일 만에 누적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관 개관 이래 최다 일평균 관람 기록이다. 주말에는 관람객이 하루에 7000명을 넘는다. 개관 전 ‘오픈 런’을 감행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겸재 정선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아직 전시 초반이지만,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했던 김환기 전시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술 전시 열풍이 부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전시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인상파전은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폴 세잔 등 대가 39명의 원화 53점을 소개한다. 겸재 정선 특별전에는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정선의 작품이 150점 넘게 나와 있다. 론 뮤익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 연휴를 맞아 이름은 높지만 평소 작품을 볼 기회가 드문 작가들의 전시에 사람이 몰리는 건 자연스럽다.
또다른 이유는 ‘가성비’다. 롯데멤버스의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최근 발표한 5월 황금연휴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1%가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고, 근교 나들이(21.7%)가 뒤를 이었다. 해외여행은 4%에 그쳤다. 불황과 고물가, 항공권·숙박비 상승에 고환율이 겹친 결과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 전시 감상은 1~2만원대에 즐길 수 있어 여행·공연 등 다른 여가활동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며 “해외여행 못지 않은 기분전환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불황에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