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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반사된 과일들...그 다음은 잼 만들기?

[arte]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

테이야 레흐토의 판화 (2016)
우스꽝스럽다 못해 믿기지 않는 영상을 보았다. 한 미국인이 화장실 거울을 수건으로 가리며 "왜 가려도 계속 내가 저 너머에 보이는 거지?"라고 놀라 토로하는 광경이었다. 그는 반사가 무엇인지 몰랐던 것일까? 워낙 웃기려고 왜곡해 만든 숏폼이 많은지라 의심은 가지만 미국이라면 또 그럴 수도 있다. 공교육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니까.

만약 이 사람이 정말 반사가 무엇인지 몰랐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기초 지식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안심하며 수건을 거울에서 치울지는 보장할 수가 없다. 계몽보다는 안심시키는 게 더 낫다고 믿고 반사를 활용한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게 차라리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미술치료를 하는 것이다.
테이야 레흐토 <잼 끓이기(Cooking Jam)>(2016), woodcut, 61 x 77cm / 그림. © Teija Lehto, 출처. Artists' Association of Finland 홈페이지
그래서 테이야 레흐토(Teija Lehto)의 <잼 끓이기(Cooking Jam)>(2016)를 골랐다. '아니 이정도면 눈치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집이 큰 냄비가 화면을 꽉 채워고 있어 얼핏 보면 당황스럽다. 그러나 다시 눈길을 주면 그제서야 하나 둘, 냄비에 반사된 오브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잼의 원료인 사과와 더불어 껍질을 벗기는 칼, 국자와 거품기, 계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향신료 병 등이 적당한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놀라운 건 이 작품이 판화라는 점이다. 1965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레흐토의 작품 세계는 일상의 정물을 담은 다색 판화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에 전혀 조예가 없더라도 이 다채로운 색들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켜를 만들었을까 생각하면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반사되었다는 설정에 판화라는 매체까지 맞물려, 지극히 일상적인 정물이 거의 숭고할 지경으로 승화되는 게 레흐토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작품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정물의 다음 순간을 생각하게 된다. 재료 준비가 거의 다 끝난 듯 보이니 아무래도 잼을 끓이는 상황이 되겠다. 과연 잼은 잘, 맛있게 끓여졌을까? 마멀레이드 같은 별칭도 있지만 잼은 궁극적으로 '프리저브(preserve)', 즉 재료의 보존을 위한 조리법이다. 말하자면 지금처럼 냉동 및 냉장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 과일을 제철 외에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방부 처리를 한 음식이 잼이다.
출처. unsplash
말하자면 생선을 소금에 절이듯 많은 양의 설탕을 과일에 더해 끓이면 높은 당도 덕분에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는 원리인데, 덤으로 걸쭉해지기까지 한다. 이는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일이 함유한 고리형 다당류인 펙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응고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πηκτικός(펙티코스)’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데서 알 수 있듯, 펙틴은 액체를 젤리 같은 상태로 굳혀 준다.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과일을 끓이면 펙틴이 나오고…그렇다면 집에서 잼을 끓여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음식평론가로서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고 싶다. 요즘 생산되는 과일의 상태는 잼 조리에 적합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생식을 바탕으로 품종이 개량돼 있어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맞지 않고 수분 함유량이 높다.

따라서 설탕을 더해 끓이면 금속성의 맛이 나는 멀건 수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잼이라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바로 떠오를 사과부터 딸기, 그리고 무화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일이 마트에서 파는 것 자체로는 실격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재배하지 않는 오렌지 정도라면 마멀레이드를 만들어 볼 만 한데, 그래도 딱히 권하고 싶지 않은 건 대량조리한 기성품이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출처. unsplash
그렇다면 잼은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을까? 재료의 가짓수가 적을 수록 좋다. 기본 재료인 과일과 설탕 외의 다른 재료는 대체로 결점을 감추기 위해 더한다. 농도를 맞추기 위해 펙틴이나 레몬즙 같은 산을 더하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건강을 추구한답시고 더하는 다른 과일의 즙 등은 잼의 재료로서 실격이다. 올리고당 같은 대체 당류나 착향료 등도 맛없는 잼에만 쓰니 유념하자.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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