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 무섭다"...세계 놀래킨 '현대미술 거장',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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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피에르 위그 아시아 첫 개인전 '리미널'
기이하고 충격적인 작품들로 강렬한 인상
로댕·자코메티 나온 '소장품전'도 함께 개최
프랑스 출신의 작가 피에르 위그(63)는 이 같은 충격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에 단골로 참가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밥 먹듯 개인전을 여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전시는 여러 해외 매체에서 ‘2024년 최고의 전시’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
그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을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경계)에서 볼 수 있다. 베네치아 피노컬렉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공동 기획한 신작을 비롯해 최근 10여년 간의 주요작 12점이 나왔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베네치아 전시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리움 전시에서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거장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명화는 좋아하지만 현대미술은 싫다”는 사람이 많다. 고전주의 회화처럼 그림 기술이 뛰어나지도, 인상주의 그림처럼 아름다우면서 직관적이지도 않은데 어려운 설명으로 포장해 작품의 가치를 부풀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이번 전시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몰라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눈 앞에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서다.
이어 등장하는 영상 작품 ‘휴먼 마스크’(2014)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텅 빈 일본 후쿠시마 인근 식당에 원숭이를 데려가 촬영한 작품이다. 식당에서 접객하는 묘기를 훈련받은 이 원숭이는 일본 전통 가면인 노(能) 가면을 쓰고 있다. 인간이 자취를 감춘 식당에서 원숭이는 훈련받은 동작들을 반복하다가 때로 멈춰 선다. 인간을 흉내내는 원숭이의 몸짓과 가면, 가발이 합쳐져 기괴함을 증폭시킨다.
이 밖에도 그라운드갤러리 등 전시장에서는 생물과 수족관을 포함한 설치 작품들, 배양기 속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에 따라 편집되는 영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외계의 언어 같은 낯선 소리를 내뱉는 황금 가면 작품 ‘이디엄’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직접 봐야 그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7월 6일까지.
‘리미널’이 강렬한 체험 위주의 전시라면, 미술관의 M2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은 일반적인 미술관의 전시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통 전시는 아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리움미술관이 보유한 국내 최고의 현대미술 컬렉션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총 44점. 그 중 처음으로 공개되는 소장품도 27점이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눈에 들어온다. 1999년 서울 소공동에서 로댕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미술관 플라토가 2016년 문을 닫은 뒤 9년만에 대중에 공개되는 걸작이다. 작품 한 점 가격이 수백억원을 넘는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도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뚜렷한 주제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주제가 겹치거나 대조되는 작품들은 서로 묶어서 감상할 수 있게 서로 가까운 곳에 전시해 뒀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 장욱진의 추상화 ‘무제’(1964)를 추상화 거장 마크 로스코의 ‘무제’(1968) 옆에 걸어둔 게 단적인 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상을 위한 장치”라는 게 미술관 설명이다. 다만 이런 구성 탓에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상세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전시 기간은 미정.
성수영 기자 syou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