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보험사기…보험료 3% 밀어 올려
입력
수정
지면A14
작년 보험사기 적발 '역대 최대'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작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일부 병·의원과 브로커, 악성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속에 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합동수사 체계를 구축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사·브로커 '조직 범행' 횡행
솜방망이 처벌에 환수도 어려워
보험료 올라 소비자 부담 커져
"보험사기 합동수사단 조직 필요"
◇의사·설계사도 가담
최근엔 조직적인 지능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브로커와 병원, 상담실장 등이 조직을 이뤄 보험사기를 벌이는 식이다. 실손보험의 만성적 문제인 ‘비급여 누수’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범죄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 종사자가 브로커를 맡는 사례도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연루된 설계사 적발 인원은 2021년 1178명에서 작년 2017명으로 71.2% 급증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적발하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일단 보험금을 지급한 뒤 법원 판결이 나온 뒤 환수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험사기범들이 범죄 수익을 은닉하거나 탕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보험사기 판결이 확정된 뒤 보험사가 범죄자로부터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 등 별도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안에 ‘편취 보험금 자동 환수’ 조항이 빠져서다.
그 결과 보험사가 돌려받는 보험금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금감원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손해보험사가 수사기관에 의뢰한 보험사기 혐의 금액(6112억원) 중 환수한 보험금은 12.9%(787억원)에 불과했다.
◇보험료 인상 ‘부메랑’
보험사기가 늘어나면 피해는 대다수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A사가 2023년 자동차 보험사기로 적발한 금액은 약 1400억원으로 연간 보험료(5조원)의 2.8% 수준이었다. 단순 추정하면 보험사기가 없으면 보험료를 2.8% 덜 올려도 됐다는 뜻이다. 연 보험료 80만원을 기준으로 약 2만2000원이 보험사기에 따라 추가 인상된 것으로 분석된다.보험사기가 이처럼 횡행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9992명이 보험사기죄로 검찰 처분을 받았다. 이 중 불기소된 사람은 2231명(22.3%)에 달했다. 일반 사기의 불기소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검찰이 보험사기와 관련한 별도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사기 등 주요 범죄 항목에 대해 유형별 사건처리 기준을 두고 있지만 보험사기는 빠졌다. 이 때문에 각 검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
일각에선 증권·가상자산 범죄(남부지방검찰청)나 보이스피싱(동부지검)처럼 보험사기 합동수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에 보험사기 합동대책반이 설치·운영됐지만, 지금은 비상설 기구로 바뀌어 유명무실해졌다.
서형교/박시온 기자 seogyo@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