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독일서도 갈라진 MZ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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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남자와 여자 간 ‘편 가르기’는 정치적 선택 영역으로 주전장을 옮겼다. 한창 친할 나이에 이대남·이대녀의 선택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이는 한국 사회의 문제만은 아닌 모양이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젊은 여성은 왼쪽으로, 젊은 남성은 오른쪽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독일 사회에 거대한 ‘장벽’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FAZ에 따르면 최근 독일 총선에서 35세 미만 여성의 35%가 좌파당에 투표했다. 좌파 성향 녹색당(20%)에 던진 표까지 감안하면 젊은 여성 과반수가 진보정당으로 쏠렸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성향 두 정당이 얻은 전체 득표율이 2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젊은 여심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만약 독일 연방 선거 투표권이 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에게만 주어졌다면 지금 독일 총리 당선인은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아니라 좌파당의 얀 반 아켄이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면 젊은 남성들은 25세 미만의 20%, 25~35세 사이의 25%가 강경 우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표를 몰아줬다.
고학력 젊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좌파당의 선거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 여성을 묶어 두던 아이(Kinder) 부엌(Küche), 교회(Kirche) 등 ‘3K’의 굴레를 집중 공략했다는 것. 반면 또래 여성들을 사회 진출 경쟁자로 맞고, 학교 교육 시스템상 소외되기 쉬운 젊은 남성들은 ‘보수적인 남성적 가치’를 앞세운 우파 정당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독일에선 과거 투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소득과 지역, 종교의 역할을 이제 젊은 층에선 ‘성별’이 담당한다. 한국도 이런 추세를 닮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