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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내 생애 마지막 순간은 무음과 함께"

[이진섭의 음(音)미하다]

음악감독 김문정 인터뷰

음악감독·심사위원·지휘 활동에 더해
뮤지컬 전문 교육기관 '시즌엠 아카데미' 설립해
헤드마스터로 후학 양성하고 있어

생애 마지막 순간엔 '무음의 소리' 느끼고파
약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뮤지컬계 중요한 시점에 음악감독 김문정이 존재한다. 뮤지컬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명성황후>, <서편제>, <영웅>, <맘마미아>, <에비타> 등 5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대체 불가능한 음악감독이 되기까지 매 순간 그는 정신력과 절실함을 갖고 있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다정한 반달웃음이 공존하는 그는 뮤지컬 음악감독뿐 아니라, 심사위원, 지휘자, 방송 활동 등 전방위로 활약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2024년에는 뮤지컬 전문 교육기관 '시즌엠 아카데미'의 헤드마스터로 활동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웃는남자>를 성황리에 마쳤고, 새로운 공연 <원스>를 무대에 올렸으며, 다음 작품 오디션도 이미 진행 중이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김문정 음악감독의 일정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의 음악 세계와 함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김문정 음악감독. / 사진제공. 주식회사 시즌엠
▷ 최근, 뮤지컬 <웃는남자>를 성황리에 마치고, 쉴 틈 없이 <원스>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뮤지컬 업계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제일 정신 없었던 것 같아요. 앵콜 공연에, 새로운 공연 시작에, 연습에 겹치는 것도 많았는데, 3월 들어 하나씩 마무리되는 중이라 조금 숨 돌릴 틈이 생겼어요. 지금은 다시 새 작품의 오디션을 하고 있고, <시즌엠 아카데미>의 헤드마스터로 활동하면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몸이 지쳐있다가도 공연이 시작되면, 힘이 솟는다”고 한 것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히려 공연이 없을 때 아프다고. 여전히 그런가요.

정신력이지 않을까요? ‘대충 할 거면 안 한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저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어릴 때 교육받았던 것도 큰 것 같아요. 사람인데 어떻게 안 힘들겠어요. 그런데 스스로 잘 조절하는 편이고 실제로 제가 체력이 좋은 것 같기도 해요.

▷ 운동이나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못하죠. 별도 체력관리 할 시간이 없어요. 근데 지휘하는 게 선 채로 팔, 다리를 움직이고 유산소 운동이라 나름 효과가 있어요. (웃음) ‘오늘 열심히 해보자. 이건 나의 체력 관리다.’ 이렇게 생각하고 컨트롤합니다.

▷ 삶에 ‘음악’을 중심에 두고 연주 세션, 작곡, 음악감독, 심사위원 심지어 헤드마스터 등 정말 다양한 음악적 자아가 있습니다. 가장 애착하는 자아는 무엇인지요.

제일 중요한 직업은 사실 엄마 아닐까요? 제일 중요하고, 고귀한 직업인데 제대로 잘 못 해서 항상 마음이 불편한 그러면서도 애착하는 자아이기도 한 거죠. 가장 감동을 많이 주기도 하고 저를 화나게도 하기도 하고 감정의 변화를 가장 많이 겪는 직업이에요.

▷ <이름: 김문정, 직업: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음악은 제 일정 범위에 존재하니까 조절과 조율이 가능한데 엄마는 그러지 못하죠. 처음으로 주어지는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니 서투르고, 매 순간이 도전 같아요. 좋게 말하면 신선하고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는 직업인 듯 합니다.
김문정은 뮤지컬 전문 교육기관 '시즌엠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헤드마스터로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 사진제공. 주식회사 시즌엠
▷ 뮤지컬 음악감독은 무대에서 지휘하는 사람인지, 편곡을 하는지 사람인지, 또 어떤 역할까지 하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요. 뮤지컬에서 음악 감독의 역할 범위는 어느 정도까지인가요?

뮤지컬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건 아니에요. 작곡자가 있고 편곡자가 있으면 음악감독은 음악을 무대화 시키는 사람이죠. 실제 연출가와 함께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무대에서 작품이 음악성을 잃지 않고 잘 표현될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지휘도 할 수도 있지만, 지휘를 안 할 수도 있어요. 집을 지을 때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작곡가라면, 그 도안을 가지고 공사를 하는 사람이 음악감독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 인생 첫 뮤지컬이 중학생 때 본 <아가씨와 건달들>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까지 감독님의 원동력이 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작품이 원동력이 돼요. <아가씨와 건달들>은 저한테 신선한 뮤지컬의 세계를 맛보게 해준 작품인데, 제가 음악감독으로 작업하기도 했으니 추억과 애정을 동시에 지닌 작품입니다. <둘리>는 저한테 처음으로 음악감독이란 타이틀을 안겨준 작품이고, <명성황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었고, <맘마미아>는 대중적으로 저를 많이 알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여지까지 했던 작품들이 하나하나 다 자식 같은 존재라 뭐라 꼽기가 힘드네요.

▷ 원작 공연을 한국 정서에 맞게 올릴 때 간극 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런 간극을 메우는 고민 중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언어가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을 극복하는 걸 제일 신경 써요. 어순이나 어절이 원작에 맞게 잘 매칭되어서 작곡된 곡인데, 이것을 우리말로 다시 개사하는 작업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잘못 해석되면 아쉬운 표현이 되기도 하고, 정서 차이 역시 존재하고요. 저는 최대한 우리 말의 맛을 살리려고 해요.
ⓒ이진섭
▷ <팬텀싱어>에서 심사할 때 보면, 조화와 협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심사할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였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뮤지컬에서의 조화와 협력은 어떤 것인가요?

뮤지컬은 음악, 노래, 춤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감정을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이 중에 어느 하나만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좋은 공연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 생각해요. 음악감독도 뮤지컬이 음악성을 잃지 않으면서 음악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되게 만들어야 해요. 당연히 개성 강한 사람들이 많고 각자 파트의 책임자가 있어서 항상 부딪치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때로는 얼굴도 붉히기도 하지만, 이런 게 조화를 위한 생산적인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완성시켜주는 건 결국 관객이기 때문에 관객과의 협력도 공연에서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어느 하나가 도드라지지 않아야 하는 게 공연의 매너고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만이 가진 특수성을 지키기 위한 루틴 같은 것이 있을까요?

쉴 때 뮤지컬 음악을 듣지 않아요.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하는 날에는 주로 LP를 들어요. 바늘을 얹어야 하고 판도 뒤집어야 하고... 듣는데 수고가 필요하거든요.

▷ 뮤지컬을 할 때마다 작품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20대와 30대, 40대의 김문정과 현재의 김문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처음부터 어디까지 가야겠다고 목표가 있지는 않았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했어요. 20대는 그저 좋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며 그냥 했어요. 30대에는 그 재미에 경제적인 여건이 더 받쳐주는 뮤지컬 흐름을 만났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데 돈도 주니까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들도 크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니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니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은 젊었을 때 한 것 같고, 이제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무리해서라도 아카데미를 시작한 게 그 이유기도 합니다.

▷ <웃는남자>를 끝내고 <원스>를 시작했는데요. 두 작품 간의 맥락 차이나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데, 이런 간극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 방송에서 얘기한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스위치 ON·OFF가 빠른 편이에요. 오늘 인터뷰도 저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걸 마치면, 다른 데서도 열심히 하고 그게 계속 아직도 일하고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뮤지컬 &lt;원스&gt;의 한 장면. 김문정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 사진출처. 한경DB
▷ 다양한 일을 하면서, 어머니로서, 역할 갈등도 견뎌야 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버티고 극복했나요? 물론 성격상 ‘그냥 하자’하며 돌파했을 것 같은데.

극복 못 했어요. (웃음) 항상 닥치는 대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무사히 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사랑과 조력 덕분이었어요. 남편도 그렇고, 친정 부모님도 제가 당당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다독여 주셨어요. 제 딸들도 저를 응원해주고 있는데, 얼마 전 작은 아이가 편지를 썼더라고요. 대구 출장이 있는 날이었는데요. ‘엄마 대구 잘 다녀오세요. 아니 꼭 돌아오셔야 해요.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 감독님의 어머님은 어떤 분이세요?

제 딸이 어릴 때 막 울고 아프다고 전화가 왔는데, 저도 엄마니까 같이 울면서 ‘내가 빨리 갈게’라고 했죠. 그런데 저희 엄마가 전화를 넘겨받으시면서 ‘네가 와서 아픈 애가 낫는 것도 아니고, 너는 너의 일을 해라. 엄마는 엄마가 잘하는 일을 하고 있을게’라고 하면서 큰 힘이 되어 주셨어요.

▷ 뮤지컬 인재 양성소 <시즌엠 아카데미>의 헤드마스터로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헤드마스터로서 철학이나 가치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했어요. 제가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고, 공연들이 많아지고, 부업도 많이 하면서 느낀 건,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배우나 창작자들이 많이 생겼는데, 제대로 된 교육 기관이 없다는 거에요. K-팝, K-무비, K-푸드에 이어 K-뮤지컬의 순서로 흐름이 올 때, 배우나 창작자들도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실력을 쌓아야 K-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특별한 철학은 없고 음악이 어떤 특수 계층만 누릴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걸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요. 실력 있는 배우들을 많이 양성해서 무대에 세우고 성장하도록 만들고 싶은데, 여기에 제가 일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곳이 창작팩토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 음악감독(<둘리>) 데뷔 이후 25년 차가 되어갑니다. 10년 후에 음악감독 김문정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본다면요.

오늘 질문 중 저에게 가장 난이도가 높은 질문인데요. 그냥 제가 내일을 계획 안 하는 거 같아요. 하루를 충실히 잘 살아내면 일과 삶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요. 10년이라고 얘기를 하신다면 아마도 9년째 되는 12월에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굉장히 현실적인 답변이네요?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영향력도 생기고 그러나 이것도 다 지나가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저 흐름이니 받아들이자. 좋은 일이 지나가면 힘든 일이 오고, 이게 어느 순간 지나가요.

▷ 생의 마지막에 함께하고 싶은 음악 혹은 뮤지컬이 있다면요?

생애 마지막 순간은 뮤지컬 음악을 듣지 않을 거예요. 그냥 물속에서 무음의 소리를 즐기고 싶어요.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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